[김도훈의 엑스레이] [35] 짱이고 대박이고 따봉이다
짱이다. 아직도 이 말을 쓴다. 좋은 걸 보거나 듣거나 먹으면 저절로 나온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지는 중년이 됐으니 바른 말을 써야 한다. 적절한 대체어가 없다. 나는 생을 마감하는 자리에서도 슬퍼하는 핏줄에게 둘러싸여 “이 정도 인생이면 짱이었…” 하며 눈을 감을 것이다.
우두머리를 뜻하는 장(長)에서 파생한 짱은 싸움 제일 잘하는 친구를 부르는 단어였다. 이젠 어디에나 붙이는 말이 됐다. 몸이 좋으면 몸짱이다. 얼굴이 잘생기면 얼짱이다. 내 소원은 글짱이다. 글짱이라는 말은 없다. 그깟 글 좀 쓴다고 짱이라는 말을 붙여주지는 않는다. 글이라는 거 참 별 볼일 없다.
한번 혀에 붙은 유행어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대박이라는 말이 싫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한 이후 달라졌다. 이젠 모두 대박이라고 외친다. 검색하니 “북한, 러시아산 연료·물자 넘쳐, 우크라전 대박”이라는 ‘조선일보’ 기사도 있다. 전통 일간지가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2008년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단어다. 요즘 국어사전은 일하는 속도가 참 빠르다.
밈(meme)으로 도는 뉴스 장면을 보고 무릎을 쳤다. 요즘 애들은 왜 ‘알잘딱깔센’ 같은 신조어를 쓰냐 꾸짖는 어른에게 애들이 항변하는 장면이다. “어른들도 옛날에는 ‘하이’ 같은 거 초성만 썼잖아요” 할 말 없다. 나는 아직도 ㅎㅇ라고 인사하고 ㅂㄱㅂㄱ라고 반가워한다. PC 통신 하던 애들은 중년이 돼도 애들이다.
유행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 이 글을 읽는 부장님들이 MZ세대 사원에게 “이번 보고서는 알잘딱깔센?”이라 지시한 다음 ‘나도 신세대 아재’라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할까 걱정돼서 하는 소리다. 늦게 주워들은 유행어를 신조어처럼 쓰는 것만큼 꼰대 같은 일은 없다.
참, 알잘딱깔센은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라는 뜻이다. 몇 년 전부터 유행이라는데 나도 얼마 전에야 들었다. 이 유행어를 처음으로 알게 된 중노년 독자 여러분이라면 따봉을 부탁드린다. 글짱이 되어 대박을 치려면 더 많은 따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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