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번 을지훈련, 北 ‘핵 그림자’ 도발에도 대비했어야
올해 ‘을지 자유의 방패(UFS)’ 연습기간에 북한의 핵공격을 가정한 정부 연습을 처음으로 실시했는데, 북한이 우리 영토의 일부를 침범하여 점령한 상태에서 우리에게 핵 협박을 하는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의 핵무기 사용만큼이나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은 북한의 ‘핵 그림자(Nuclear Shadow),’ 우리 스스로 북한의 핵 위협을 느껴서 제대로 된 대응을 못 하게 만드는 북의 능력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핵 협박을 받은 NATO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군사 지원에 소극적이었는데, 북한 역시 이를 지켜보면서 ‘핵 그림자 전략’에 집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30년경에는 300기의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다고 평가되는데, 이렇게 되면 북한은 전면전뿐만 아니라 심리전과 국지전으로 상대방에 타격을 주는 회색지대 분쟁에서도 우리나라와 미국에 서슴없이 핵 위협을 가할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일부 지역을 기습적으로 점령한 이후 핵 협박을 가하고, 미국이 확전을 우려하여 우리의 영토 일부가 점령당한 상태에서 전투 행위를 종결하자고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후에도 북한은 ‘핵 그림자’가 통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수시로 우리에게 핵 협박을 가하고 남북 관계에서 확실한 우위를 바탕으로 공산화 통일을 획책할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이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서해 5도 점령이다. 북한은 새로운 공기 부양정 기지를 백령도 인근에 건설하고 신형 고속 공기 부양정을 배치하고 있는데 30분 정도면 약 3000명의 병력을 태우고 서해 5도에 도착할 수 있다. 북한이 서해 5도를 점령한 이후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면 미국은 점령 지역의 탈환에 소극적일 수도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휴전 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할 것이다.
야밤을 틈타 특수부대가 한강을 건너 교동도와 김포, 강화도를 점령할 수도 있다. 북한은 20만명에 달하는 특수부대를 가지고 있는데, 핵무기는 이를 동원한 제한적 전쟁을 가능케 한다. 북한은 해군과 해병대 일부 병력이 있는 울릉도를 노릴 수도 있다. 북한이 울릉도를 확보하면 동해가 그대로 노출되어, 유사시 한반도로 증원되는 전력에 차질이 생긴다.
우리 영토의 일부가 점령된 상태에서 휴전을 받아들이는 결정은 우리로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김정은을 언급하며 “핵무기를 다량으로 보유한 상대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미국이 ‘핵 그림자’를 내세운 북한과 타협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북한의 핵 그림자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우선 해야 할 것은 북한의 국지 도발에 대비한 한미 연합작전 계획의 보강으로, 일부 지역 점령 후 휴전 제의에 대응하여 자동적인 탈환 작전이 가능토록 한미 간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미국이 소극적일 경우 우리 자체의 능력만으로 점령 지역 회복이 가능한 군사적 역량을 확보하고, 평시의 연습·훈련을 통해 실행 능력을 증강해야 한다. 킬체인(Kill-chain),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한국형대량응징보복(KMPR)의 3축 체계 전력을 조기 확보하고, 미국의 핵 자산과 결합된 한미 핵 및 재래 전력 통합(CNI)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핵에는 핵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 그림자’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한에게 핵 보복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이다. 이는 냉전 시대 미소 관계가 입증하고 있는데, ‘상호확증파괴(MAD)’에 대한 두려움이 생김으로써 냉전은 냉전으로 끝날 수 있었다. 공포의 균형을 달성하여 다양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1991년 철수했던 미군 전술핵의 일부를 한반도에 다시 배치하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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