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마약수사 용산 외압 의혹"…대통령실 "희대의 궤변"·여 "해도 너무한다"
여야가 대통령실 주요 참모들이 참석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친일 논란과 한남동 관저 불법 증축 의혹, 마약수사 외압 논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는 해당 사건 수사팀장인 백해룡 경정이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세관마약 수사 외압 청문회에서 "지난해 9월 20일 당시 김찬수 총경이 전화로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한 의혹 제기다.
이러한 정 의원의 주장에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반발했고 양문석 의원은 "좀 들으시라"며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이와 관련해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은 "지난 20일 청문회에서 무려 21명의 경찰, 관세청장 등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10시간 동안 추궁했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대통령실과 관련성은 더더욱 없었다"고 반박했다. 정 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의 마약사건 연루설 희대의 궤변이고 지나가는 소도 포복 절도할 얘기"라고 일축했다.
야당은 또 윤 대통령이 거주하는 한남동 관저의 불법 증축 의혹을 제기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유재산법상 기획재정부에 (관저) 사용 승인 요청을 하게 돼 있는데 5월부터 불법적으로 리모델링을 하다가 7월에 승인이 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 실장은 "제가 여러 나라 대통령 관저에도 가봤지만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이 거주하고 계시는 한남동 관저의 수준은 아마도 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검소한 대통령 관저라고 저는 판단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불법 증축 건축물은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공사된 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리겠다"고 반박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김 차장의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최근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차장에게 "혹시 친일파 밀정이냐"고 물으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김 차장은 "(해당 발언은) 일본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린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익을 중시해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차장은 지난 16일 KBS '뉴스라인W'에 출연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거기에 대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며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것이 과연 진정한가, 한·일 관계 협력에 도움이 되는가' 생각할 때 지금 기시다 총리와 윤 대통령의 믿음과 신뢰는 상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날 서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님도 혹시 뉴라이트인가"라고 묻자 "대통령께서는 아마 뉴라이트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계실 정도로 무관하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김 차장은 "뉴라이트 발언을 대통령이 하신 적이 없다"며 "대통령의 연설은 임시정부하고 건국이 계속해서, 지금까지도 광복 건국의 연속선상에 있다, 이것이 일관된 대통령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정부를 상대로 괴담을 제기한다며 대통령실을 엄호에 나섰다.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은 "김태효 차장이 일부 민주당 의원들 언급했던 것처럼 일본 밀정니니 친일파니 그런 것이 아니고 극일주의, 즉 일본 이겨내고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전략적 관점에서 논문도 쓰셨고 최근 발언을 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권영진 국민의힘 의원은 성 실장을 향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사실은 처리수다. 1년 전으로 돌아가면 과학적 근거도 없이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우리 바다가 방사성에 피폭되고 그러면 회도 먹으면 안 되는 것처럼 선동됐다"며 "우리 정부가 1년간 4만9000여 건에 걸쳐 방사성 검사를 했는데 결과가 어땠나, 단 한 건이라도 방사선 안전기준을 벗어나는 사례가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성 실장은 "지난해 8월24일 이후에 국내산 수입 수산물, 선박 평형수 등에 대한 방사능 검사 결과 안전 기준을 벗어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답했다.
권 의원은 "1년 전 그렇게 떠들던 사람들의 주장이 틀린 것 아닌가"라며 "우리 해역 수산물 안전 관리, 소비 위축 대응 등을 위해 1조6000억원 정도 예산을 투입했다. 괴담으로 선동되지 않았으면 쓰여지지 않았을 돈 아닌가. 선동했던 분들이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성 실장은 "그렇다"며 "정부에서는 계속해 빈틈없이 모니터링 하고 잘못된 괴담이 퍼지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 실장을 향해 "1조6000억원이 들어간 내역을 보면 다섯 가지 항목으로 돈을 썼는데 해양 방사능 측정, 수산물 방사능 검사, 수산물 이력 관리 등 모니터링 비용이다. 야당 주장이 없었다면 모니터링 안 하려 했나"라며 "IAEA(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를 봐도 모니터링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했다"고 했다.
이에 성 실장이 "적절한 수준에서 (모니터링)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하자 이 의원은 "국민 80%가 우려하던 상황에서 어디까지가 적절한 수준인가"라며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답변하면서 그 예산을 모두 야당의 괴담 선동 때문에 지출했다고 하면 그런 비약이 어딨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또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후 처리되지 않은 방사능 오염수가 일본 후쿠시마 해역 앞바다에 쏟아져 나왔는데 사고 직후 제외하곤 2011년 말부터 지금까지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의 농도는 10베크렐 이하"라며 "지구 바닷물의 양은 약 13억7000만km³(세제곱킬로미터)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 양이라 희석의 효과가 크다. 하늘에 검은 연기를 내뿜어도 하늘이 검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도적으로 (처리 오염수를) 방류하는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 안전성과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서 의심하고 우려하고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 보편적인 우려 아닌가"라고 했다.
이어 "후쿠시마 연안에서 희석돼 오염물 농도가 기준치 이내인데 우리 해역에서 몇만 건을 검사한들 기준치가 넘을 리가 있겠나"라며 "그러나 그 해역에선 세슘 범벅 우럭이 발견되는 등 생물적인 (오염물) 농축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많은 생물학자들이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 아무런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는데 무엇이 과학적으로 틀렸다는 것인가. 과학적으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맹신하는 것이야말로 미신에 가깝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법원 출석을 이유로 운영위에 뒤늦게 참석한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해임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정 실장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 관장을 해임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대통령의 판단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만 지금 김 관장을 해임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 실장은 김 관장이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945년 광복절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것과 관련해 "저는 1945년 8월 15일에 광복된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정부에서 일하는 인사들은 기본적으로 국가관과 애국심이 투철한지 제일 먼저 본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의 정치인들이나 언론인들이 사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다양하다"고 했다. 정 실장은 고 의원이 "1945년에 광복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다양성으로 존중해도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김 관장의 답변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맥락에서 답변했는지 조금 더 확인해 보겠다"고 답했다.
한편 운영위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다음 달 3일 열기로 의결했다. 인사청문회에는 이충상·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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