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골든타임만큼 중요한 골든액션
안전훈련·지식의 일상화 무엇보다 중요
위험 상황에서 골든타임이 중요하지만 골든액션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제 시각에 구조하는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구조하고 제대로 행동해야 한다. 얼마 전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사고가 이를 그대로 보여준다. 119 구조대가 골든타임 내 도착했으나 안타까운 희생자를 막지 못했다. 정작 바닥에 설치한 에어매트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반면에 화장실로 대피한 여성은 연기를 막는 침착한 행동으로 목숨을 구했다.
목숨을 구한 20대 여성도 이 호텔 7층, 806호에 있었다. 사고 직후 그와 통화한 부모 증언 등을 종합하면 여성은 불이 난 것을 알고 대피하려고 문을 열었다가 복도에 연기가 가득한 걸 보고선 모든 문을 닫고 화장실로 피했다. 그는 바로 가족과 119에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전화로 119대원이 알려준 대로 수건으로 문틈을 막고 물을 뿌렸다. 수막현상으로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한 것이다. 이 여성과 119대원이 한 행동이 바로 골든액션이다.
화재 상황에서 화장실은 비상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차제에 화장실을 안전공간으로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화장실을 양압 공간으로 만들면 된다. 화장실 내부 압력이 외부보다 높게 만든다면 외부 연기가 화장실로 들어갈 수 없다.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가 병실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음압 병실과 반대 개념이다. 화재로 전기 공급이 끊기는 상황을 고려해 비상시 화장실이 배터리로 작동하는 양압 공간이 되도록 한다면 화재 시 수많은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119구급대가 에어매트를 신속하게 설치한 건 적절한 대응이었다.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골든액션이 뒤따라야 했다. 에어매트는 평평한 지형에 설치되어야 한다. 대피자의 낙하지점은 중앙에 가까워야 한다. 에어매트를 고정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한쪽으로 떨어지면 충격 때문에 뒤집힌다. 에어매트 내부 공기가 균일하게 복원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이상적으로는 피해자가 에어매트 중앙에 떨어지고 대피자들이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떨어져야 한다. 비상상황에서 이런 게 지켜질 수는 없지만 가급적 이런 골든액션이 이뤄져야 구조 가능성이 커진다.
에어매트는 자체 무게가 126㎏에 이른다. 한 사람이 떨어지는 충격으로 어떻게 뒤집힐까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한 사람이 떨어질 때 작용하는 물리적 힘은 계산이 가능하다. 21m 높이의 7층에서 60㎏의 사람이 갖는 위치에너지(무게×중력×높이)는 1만2348J(줄)이다. 1J은 100㎏의 물체를 1m 올리는 데 필요한 에너지이므로 무게 1234㎏을 1m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에너지다. 즉, 한 사람이 7층에서 떨어지는 힘으로 에어매트 약 10개를 뒤집을 수도 있는 큰 힘이 작용된다. 소방대원들이 혹시 이를 간과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평평한 곳이 아니었더라도 네 귀퉁이를 소방대원들이 잡고 최대한 평평하게 유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골든액션은 안전에 관한 지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안전 무지 상태에서는 아무리 안전을 강조해도 메아리에 그칠 것이다. 화재 현장에서 탈출기구인 완강기도 사용법은 고사하고 존재 자체를 모르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안전 무지에서는 골든타임도 골든액션도 있을 수 없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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