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정확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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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 장문의 문자를 받았다.
모친상을 알리는 부고 문자였는데, 나는 당혹스런 마음으로 문자를 여러 번 살폈다.
그건 어느 한쪽이든 노력하거나 셈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단번에 끊어져버릴 관계라는 말 아닌가.
어느 날 불쑥 나의 부고가 그에게로 향한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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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관계가 꼭 그런건 아니지 않냐고, 그렇게까지 계산을 앞세워야 하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러진 못했다. 우리는 뜨거운 커피를 단번에 삼키듯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게 앞에서 헤어지려는데 그가 불쑥 내게 말했다. “네가 아직 뭘 몰라서 그래. 정확해야 상처받지 않는 것도 있는 거야.”
그럴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건 어느 한쪽이든 노력하거나 셈하는 것을 게을리하면 단번에 끊어져버릴 관계라는 말 아닌가. 실제로 결혼식이 끝난 뒤 그와 나의 거리는 상당해졌다. 그러다 불쑥 아이 돌잔치 초대장을 모바일로 보내오기에 이제 나는 그런 쪽으로 분류된 건가 생각한 정도다. 그렇게 조금씩 떠밀리다 완전히 상관없는 사이가 되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와 나는 이제 완전히 관계없는 사람처럼 살고 있다. 어느 날 불쑥 나의 부고가 그에게로 향한다면 어떨까. 그는 결혼식 방명록을 펼쳐 내가 낸 축의금을 헤아린 뒤 꼭 그만큼의 돈을 조의금 봉투에 넣어 올지도 모르겠다. 정확한 자신의 계산에 흡족해하면서 말이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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