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준일]한동훈-이재명 회담, ‘의료공백’ 머리 맞대라

김준일 정치부 기자 2024. 8. 2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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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또는 완화, 종합부동산세 완화, 지구당 부활.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주거니 받거니 꺼내든 정책 이슈들이다.

두 대표가 처한 지경이 어떻든 그럼에도 국민은 두 대표가 다가올 의료 공백 상황에 어떤 역할을 할지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이번 회담의 큰 줄기를 '민생 회복'으로 잡은 두 대표에게 의료 공백 해소 대화는 선택이 아닌 의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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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일 정치부 기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또는 완화, 종합부동산세 완화, 지구당 부활….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주거니 받거니 꺼내든 정책 이슈들이다. 서로의 입장 차는 크지 않아 보인다. 자본 투자로 자산 증식을 꿈꾸는 청년들의 마음을 잡는 일, 수도권 중산층의 아우성이 큰 세금 문제 해결, 차기 대선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될 신진 정치인 확보 등 다음 대통령을 꿈꾸는 두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일 터다. 이유가 어찌 됐든 이들 정책이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보이는 건 강력한 두 대선 주자의 정치적 영향력과 의지 덕분이라는 게 정치권 인사들의 중론이다.

그런데 아직 두 대표가 합을 맞춰 보지 않은 이슈가 있다. 의료 공백 해소 문제다.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가 화제가 됐다. 실수로 넘어져 찢어진 이마를 치료하려 응급실 22군데를 전화했는데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정부가 의대 증원 정책을 내놓은 지 반년 만에 악화되는 의료 공백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말이 나왔다. 일반 국민의 불안감은 더 크다. ‘이젠 갑자기 아프면 끝이다’라는 공포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적잖다.

코앞까지 의료 공백 우려가 다가오자 다행히 두 대표가 움직이는 모양새다. 한 대표는 비공개로 전공의 대표를 만났다. 또 대통령실에 2026년도 의대 정원 증원 보류 중재안을 전달했다. 비록 이 중재안은 대통령실의 원칙론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지만, 움직임을 시도했다는 것부터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발짝을 뗀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많다.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이 대표도 ‘의료 대란 대책 특위’ 구성 의결을 직접 지시하며 그동안 이 문제에 침묵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내비쳤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가) 병원에 있다 보니 의료 문제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물론 갈 길은 멀다. 한 대표는 고민이 깊어 보인다. 한 대표 측 인사들은 공통으로 “룸(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여당 대표로서 문제 해결을 해보려 해도 대통령실이 여당에 권한을 주지 않으면 손쓸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이번 대통령실의 한 대표 중재안 거절도 이 같은 상황의 연장선이란 설명이다. 이 대표 쪽이 굳이 정부·여당에 불리한 이슈에서 시간을 벌면 벌었지 책임을 져야 할 만한 목소리를 내놓지 않을 거란 시각도 상당하다.

두 대표가 처한 지경이 어떻든 그럼에도 국민은 두 대표가 다가올 의료 공백 상황에 어떤 역할을 할지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지금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버티면 이긴다’고 생각하는 듯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에 지쳤기 때문이다.

마침 두 대표는 여야 대표 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어려운 장이 펼쳐졌을 때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주는 건 미래 권력 후보자들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의 큰 줄기를 ‘민생 회복’으로 잡은 두 대표에게 의료 공백 해소 대화는 선택이 아닌 의무일 수 있다. 회담 한 번으로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두 대표의 대화로 최소한 대통령실이 고심할 지점이라도 생기면, 그것만으로도 성과가 될 수 있다.

김준일 정치부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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