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영토 넓힌 M&A 귀재… 영화-테마파크-굿즈 ‘시너지 랜드’ 완성[이준만의 세상을 바꾼 기업가들]
픽사-마블-21세기폭스 잇따라 인수
사임 후 콘텐츠제국 CEO로 재취임
이후 아이거는 더욱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 전략을 사용하게 된다. 디즈니는 마블 스튜디오가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에 관심을 가졌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게 된다. 아이거는 마블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캐릭터와 이야기들의 판권을 인수해 디즈니 플랫폼 안에 포함하여 엔터테인먼트 제국을 확장할 기회를 모색했고, 2009년 8월 40억 달러에 마블 엔터테인먼트 전체를 인수한다. 마블 스튜디오 인수는 디즈니에 엄청난 성공을 안겨준다. 인수 이후 제작된 ‘어벤져스’ 시리즈는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냈고, 마블의 캐릭터들이 디즈니의 다른 엔터테인먼트 자산들과 결합하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다. MCU는 현재까지 30편 이상의 영화를 제작해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2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기업인수 전략은 성공하기 쉽지 않은 기업 전략 중 하나다. 통계적으로 60∼70% 이상의 인수 전략은 시도하는 기업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즉, 일반적으로 M&A는 인수되는 기업의 주주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인수하는 기업의 주주에게는 나쁜 소식일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디즈니는 여러 번의 M&A를 진행하면서 어떻게 높은 확률로 성공적으로 주주의 가치를 성장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을까? M&A를 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디즈니가 항상 우선 고려했던 사항은 자사가 인수한 회사들이 디즈니가 구성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생태계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가였다. 예를 들어, 마블 영화에서 등장한 캐릭터들이 테마파크에서 라이브 경험으로 제공되거나, 관련 상품이 디즈니 스토어에서 판매되는 것이 용이한가를 고민한다. 또한, 스타워즈가 스트리밍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디즈니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제공될 수 있는가가 핵심 고려 사항이었던 것이다. 즉, 디즈니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본질적인 핵심 역량(다양한 콘텐츠와 그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여러 플랫폼 등)을 강화하고 더 잘 활용할 수 있는 M&A만 진행한 것이다. 이는 경영학적으로 관련 다각화라고 불리며, 기업의 여러 성장 방법 중 성공 확률이 가장 높은 선택이다. 디즈니의 사업 모델을 생각해 보라. 디즈니의 모든 사업은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테마파크나 상품, 스트리밍 서비스, 라이브 이벤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고 이 방식을 약 100년 동안 유지하면서 각 사업 간의 연계성을 강화해 왔다.
韓도 시너지 이룰 M&A 활성화 필요
또한, 우리나라의 기업인수 시장의 발달을 저해하는 것은 시너지를 통한 기업의 가치 상승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일부 대주주의 이익만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악용되는 기업 M&A가 종종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M&A의 악용은 주식시장에서 선의로 진행되는 M&A에 대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만들며 M&A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부디 우리나라에도 올바른 M&A 문화 및 제도가 자리잡아 스타트업 기업들에는 좋은 지분매각 기회가, 대기업들에는 시너지를 통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를 기대한다.
이준만 서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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