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전 보좌관 "트럼프, 부유한 한국이 공짜 편승한다고 지적"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비용-편익점 관점에서 한국을 바라본 과거 대화가 전직 보좌관의 회고록을 통해 생생히 드러났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기에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허버트 맥매스터가 27일(현지시간) 펴낸 저서 '우리 자신과의 전쟁: 트럼프 백악관에서의 내 임무 수행'에는 그런 일화가 빼곡합니다.
임기 첫해이던 2017년 11월 한국을 방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한국에 손해를 본다는 심사 때문에 여러 차례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기도 평택의 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한 뒤 헬기로 떠나면서 빈센트 브룩스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기지 건설비용을 물었습니다.
브룩스 사령관은 108억 달러라고 답변하면서 "한국이 98억 달러를 지불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말을 들은 뒤 왜 100%를 받아내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고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한국 정부가 건설비용뿐만 아니라 캠프 험프리스에 있는 미군 병사들과 가족들을 지원하는 한국인 8천600명의 임금까지 대고 있다는 점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합의는 비용을 넘어서는 액수에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라며 한국이 미국의 모든 비용에 더해 이익까지 지급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습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자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런 얘기를 이미 들은 적이 있지만 처음으로 그런 소신을 접한 브룩스 사령관은 당시 깜짝 놀랐을 것이 분명했다고 회고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시 한국 방문은 그가 동맹국들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하며 특히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의 대폭 증액을 압박하던 시기에 이뤄졌습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한국 방문을 앞두고 한국에 대한 그의 태도 때문에 우려되는 면이 있었다고 돌아봤습니다.
그는 "한반도에 미군이 더는 필요하지 않고 스스로 방어할 수 있는 강한 경제를 지닌 성공한 나라의 안보를 미국이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에 트럼프 대통령이 동조하고 있었다"고 적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하는 언급을 한 적이 있었다는 점도 다시 전해졌습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리가 한국에서 나오고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을 처리하게 놔두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과의 무역 적자를 거론하며 "왜 우리가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방어해야 하느냐"고 불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2018년 초 남북관계 진전 가능성에 들뜬 정의용 당시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하면서 차마 이런 말을 전하지는 못했다고 회고했습니다.
방한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는 헬기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위를 지나갈 때도 "미국에는 왜 저런 게(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처럼 거대한 첨단 제조업 시설) 하나도 없느냐"고 물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고삐 풀린 세계화 때문에 발생한 미국 제조업 상실을 되돌아보는 것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것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상품무역 불균형을 외국이 미국을 제물로 삼아 번영하도록 내버려 둔 '멍청한 사람들' 때문이라고 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이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른 회의를 하던 중에도 '한국'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아주 부유한 나라'(한국)가 미국의 안보에 공짜로 편승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철강·알루미늄 고율관세 문제가 한때 한 달에 여러 차례씩 제기됐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문제인 중국의 과잉설비, 과잉생산, 덤핑에 집중하라고 누누이 당부했다고 밝혔습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하려고 "각하, 중국을 잡으려고 동맹을 쏴버리면 중국이 이긴다"라는 구호까지 만들어 되풀이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홍영재 기자 y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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