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옛 성병관사소’ 철거…“역사 지우기” VS “시민이 원해”

윤나경 2024. 8. 2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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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예전 미군 주둔 지역에선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하기 위해 대부분 성병 관리소를 운영했습니다.

이제는 다 사라지고 동두천에 딱 한 곳이 남아있는데, 시가 관광지 활성화를 위해 관련 건물 철거를 추진하면서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윤나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지럽게 자란 잡초 너머로 보이는 낡은 2층짜리 건물, 1973년부터 20년 간 동두천 미군 부대 인근에서 운영됐던 옛 성병 관리소입니다.

사실상 성병 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여성들을 수용하는 시설로 사용됐는데, 지난 1996년 폐쇄됐고 30년 가까이 방치돼 있었습니다.

경기 동두천시는 소요산 관광지 확대 사업을 추진하며 옛 성병 관리소 일대 부지를 사들였고, 건물을 폐쇄해 임시 주차장과 숙박시설 등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들은 옛 성병 관리소는 한국 근현대사의 아픈 과거를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인 만큼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며 철거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습니다.

[김대용/철거 저지 공대위 대표 : "건물이 지워진다고 하면 그 장소가 가지고 있는, 건물이 가지고 있는 역사를 증명하는 힘이 사라지는 것이고, 평화와 인권을 향한 역사를 만들어가는데 이 건물을 활용해보자 하는 의미로 (철거를 반대합니다)."]

하지만 동두천시는 시민 다수가 철거를 원하고 있고, 소요산 관광지 확대가 시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사업인 만큼 철거 계획 철회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또 관련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이르면 10월쯤부터 철거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김우정/동두천시 관광휴양과장 : "옛 성병 관리소 건물과 토지는 소요산 관광지 개발 사업을 위해서 2023년도 2월에 매입한 행정재산입니다. 건물은 철거하고 토지는 핵심사업부지로 이용할 계획입니다."]

한편 오늘로 예정됐던 시 의회와 철거 반대 단체의 간담회는 회의 내용 공개 여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며 결국 무산됐습니다.

KBS 뉴스 윤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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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나경 기자 (bellen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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