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설리번, 왕이와 베이징서 회동...”경쟁이 충돌로 번지는 것 막자”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7일 베이징에서 중국 외교 사령탑 왕이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경쟁이 충돌로 번지는 것을 막자”고 말했다. 설리번의 중국 방문은 처음이고, 미 안보보좌관의 방중은 2016년 수전 라이스 이후 8년 만이다. 미 대선을 앞두고 베이징에서 미·중 정상의 외교 책사가 만난 것은 대만 문제 등에서 격화된 갈등을 관리하고, 미·중 정상회담을 논의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베이징 근교 휴양지인 옌치후(雁栖湖)에서 왕이는 설리번을 만나 “중·미 관계는 양국에 중요할 뿐 아니라 세계에 영향을 끼친다”면서 “지난 몇 년 간 양국 관계는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 정상이 샌프란시스코 합의를 이행하는 것은 중·미 양측의 의무”라면서 “중·미 관계가 간섭을 극복하고 장애물을 제거하여 샌프란시스코 비전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 합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샌프란스시코 근교에서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도달한 합의다.
설리번은 “바이든 대통령은 책임감 있는 미·중 관계 관리에 힘을 쏟고 있고, 경쟁이 충돌로 진화하는 것을 막고, 공동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하고자 한다”면서 “이번 전략적 소통을 통해 중국과 광범위한 의제에 대해 생산적인 대화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설리번은 “우리는 의견이 일치하는 사안들과 여전히 견해차가 있어 효과적·실질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문제들을 포함한 다양한 사안들을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양타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사 사장(司長·국장급)과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가 이날 공항에서 설리번을 영접했다. 27~29일 일정으로 방중한 설리번은 이틀 동안 왕이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11월 3일 미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이 설리번을 중국에 보낸 것은 선거 기간에 중국과의 갈등을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 23일 설리번의 방중 일정을 발표하면서 미·중 관계를 책임 있게 관리하기 위한 전략적 소통 채널 유지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설리번이 왕이와 미·중 관계 현안, 마약 대응, 군 소통 채널, 인공지능(AI) 위협 등을 논의하고, 북한·중동·미얀마 등 국제 정세와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설리번이 중국의 러시아 방위 산업 지원과 영유권 분쟁이 격화하고 있는 남중국해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외교부 또한 지난 25일 “왕이가 설리번과 중미 관계와 민감한 문제, 중대한 국제·지역 쟁점 문제에 관해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며 대만 문제, 고율 관세, 중국에 대한 제재 등에 대한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표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만남에서 설리번과 왕이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설리번이 미 대선 이전에 바이든의 방중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방중 이후 바이든을 제외한 모든 미국 대통령은 임기 내 중국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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