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 동안 교제 살인 74건 확인…평균 징역 18.6년
[앵커]
얼마 전 수능 만점 의대생이 여자친구를 살해한 사건은 큰 충격을 줬습니다.
이처럼 교제 중에 혹은 교제가 끝났음에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집착과 폭력을 넘어, 살인까지 하는 교제 살인 문제가 심각합니다.
올해만 최소 13명의 여성이 교제 살인으로 희생됐습니다.
KBS가 지난 3년 반 동안의 교제 살인 사건 판결문을 분석했는데, 여기서도 74명의 억울한 죽음이 확인됐습니다.
무엇보다 가정폭력이나 스토킹 범죄와 달리, 교제살인 피해자를 보호해 줄 법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젭니다.
이승준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4월, 경남 거제에서 발생한 교제폭력 사망 사건.
[고 이효정 씨-어머니 통화 : "얘가 일방적으로 우리 집 비번 뚫고 들어와서 나 자는데 보고 때렸어."]
대학 1학년생인 이효정 씨는 남자친구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했고 9일 후에 숨졌습니다.
KBS가 최근 3년 반 동안 벌어진 교제살인 사건 판결문 74건을 분석한 결과, 범행 장소는 피해자의 주거지가 가장 많았고(30%) 가해자 주거지, 동거지 순으로 둘 만의 공간이 많았습니다.
[윤정아/부산경찰청 범죄분석관 : "가해자의 장소가 아니라 피해자의 장소라는 게, 가해자가 일방적으로 피해자의 장소에 찾아온다는 의미니까 진짜 위험한 거 같습니다."]
74건의 교제살인 가운데 무기징역을 받은 11건을 제외하고 가해자들이 받은 형량은 평균 18.6년.
죽이려는 의도가 인정된 범행은 살인죄가 되고, 죽이긴 했지만 죽일 의도가 인정되지 않은 않으면 치사죄가 됩니다.
살인죄는 징역 21년, 치사죄는 징역 4.9년으로 크게 차이가 났습니다.
특히 살인이 일어나기 전 폭행 등 다른 피해가 먼저 발생한 경우는 42%, 피해자가 가해자를 신고했던 경우도 전체 사건의 23%에 달했습니다.
[이경하/변호사 : "지속 반복된 교제 폭력이 살인까지 급속히 정말 빠르게 발전하는데 그 시간이 정말 한두 달 정말 짧다. 그래서 사실 피해자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게 생각보다 길지 않다."]
[민고은/변호사 : "교제 폭력 피해자분들의 경우에는 가정폭력처벌법이나 스토킹 처벌법 상의 보호조치들은 불가능해지고 피해자 보호 측면에서 공백이 발생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피해자를 체계적으로 보호할 입법적 보완이 시급하지만 19대 국회 이후 발의된 9건의 교제폭력 관련 법안은 모두 폐기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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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준 기자 (saili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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