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전역에 미사일·드론 공습…“전쟁 중 최대 규모”
최소 11명 사망…젤렌스키, 서방에 장거리 무기 허가 촉구
우크라 “자체 생산 무기로 반격”…미·영 등 러시아 비난
러시아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로 우크라이나 전역을 이틀째 공습해 27일 최소 4명이 숨졌다. 러시아는 에너지 기반시설을 집중 공격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중 “최대 규모” 공격이라며 대응책을 논의하는 한편 러시아 본토에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가해달라고 서방에 재차 촉구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른 오전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도시 크리비리흐와 자포리자에서 각각 2명이 숨졌다. 수도 키이우와 흐멜니츠키, 수미 등에서도 폭발이 보고됐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서부 엥겔스 비행장에서 장거리 전략폭격기 Tu-95MS 여러 대가 이륙한 것을 확인하고 전역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우크라이나에선 전날에도 200발 이상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러시아의 공격에 북서부 루츠크와 지토미르, 중동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와 자포리자 등지에서 7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쳤다. 에너지 시설이 집중 공격을 받으면서 키이우를 포함한 다수 지역에서 정전과 단수 사태가 이어졌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텔레그램에서 미사일 127발 중 102발, 드론 109대 중 99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쟁 기간 중 우크라이나에 가해진 최대 공격 중 하나”라며 서방에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장거리 무기를 사용하게 해달라고 거듭 요구했다. 이번 공격은 주우크라이나 미국대사관이 러시아의 공격 위험 가능성을 경고한 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 이틀 후 시작됐다.
러시아 국방부는 성명을 내고 “중요 에너지 인프라 시설에 대한 대규모 정밀 유도 무기 공격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은 지난 3월부터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기반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강화해왔는데, 오는 겨울에 대비해 전기와 난방 시스템을 무력화하려는 조직적 노력으로 풀이된다.
BBC는 공격의 주요 목적이 에너지 기반시설 파괴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우크라이나의 사기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도 있다고 짚었다. 지난 6일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접경 쿠르스크 지역을 급습해 러시아에 충격을 줬으나 여전히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러시아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려는 시도란 것이다. 러시아 군사 블로거들 사이에선 이번 대규모 공세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에 대한 보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반격 가능성을 시사했다.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은 페이스북에 “자체 생산 무기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우크라이나가 독립기념일인 지난 24일 공개한 신형 국산 드론 팔랴니차를 투입해 보복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우크라이나는 팔랴니차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20곳 넘는 러시아 남서부 공군 비행장이 드론의 작전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서방 국가는 이번 러시아의 공격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 국민을 어둠 속으로 몰아넣으려는 러시아의 시도를 강하게 비난한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은 러시아를 향해 “비겁하다”고 했고, 독일 외교부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가 또다시 우크라이나의 생명줄에 미사일 포화를 퍼붓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팻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러시아와 북한의 관계가 급진전하고 있고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쓸 탄약과 군사 역량을 제공했다는 것을 안다”면서 “북한이 불법적인 러시아의 침공 행위에 공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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