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심리부검 해보니…97%가 SOS 보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약 97%는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냈지만 이를 주변에서 인지한 비율은 24%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도 커서 자살로 가족을 잃은 거의 모든 유족은 이후 심리·행동에 변화를 겪었고, 절반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27일 ‘2015~2023년 자살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사망자의 가족 또는 지인의 진술과 고인의 기록을 검토해 자살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과 변화를 확인해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 방법이다. 분석 대상은 유족 1262명으로부터 얻은 자살사망자 1099명에 대한 심리부검 면담 자료이다.
자살사망자의 64.7%는 남성, 35.3%는 여성이었다. 사망 당시 평균연령은 44.2세였고, 고용형태로는 피고용인이 38.6%로 가장 많았다. 자살사망자 중 1인 가구는 19.2%로 나타났는데, 이 중 청년기(34세 이하)가 43.8%를 차지했다.
자살사망자의 86%가량이 정신질환을 겪은 것으로 추정됐으며 주로 우울(74.5%), 중독(27.2%), 불안(8.8%) 등이었다. 자살사망자의 99.7%는 평균 4.3개의 스트레스 사건을 다중적으로 경험했다.
정신건강(86.3%), 가족(61.8%), 경제(60.7%), 직업(58.9%), 성장 과정(47.6%) 관련 사건 등 순으로 많았다.
자살사망자의 96.6%가 사망 전 경고 신호를 보였으나 이를 주변에서 인지한 비율은 23.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한 신호로는 감정 변화(75.4%), 수면상태 변화(71.7%), 자살·죽음에 대한 잦은 언급(63.6%), 자기비하적 발언(47.0%), 주변 정리(25.8%) 등이 있었다.
자살은 유가족에게도 크게 영향을 끼쳤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족의 98.9%는 사별 후 심리·행동(97.6%), 대인 관계(62.9%), 신체 건강(56.5%), 가족 관계(52.2%) 등에서 변화를 겪었다. 56.3%는 자살을 떠올리는 ‘자살 사고’를 경험했고, 심한 우울(20.0%), 심각한 불면증(33.1%) 등 다른 정신건강 관련 문제도 겪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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