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전원위 연 인권위원장 “권리 되찾아주기 더욱 노력을”
“빈자리…매우 잘못된 것
토론문화 바로 세워달라”
“숫자 ‘1’로 표시되는 안건을 우리가 근거리에서 들여다보면 우리 이웃 중 누군가의 절실한 사연일 수도,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일 수도 있다. 그 1을 단순히 숫자로만 봐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26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송두환 인권위원장(사진)이 말했다. 올해 상반기 인권위에서 처리된 진정·상담·민원 건수가 이전에 비해 현격히 줄었다는 보고에 대한 소감이었다. 송 위원장은 “위원회 권리구제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이 그저 위원회가 공전했다는 탓 이상으로 다른 문제는 없었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라고 했다.
이번 회의는 오는 9월3일 퇴임하는 송 위원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전원위였다. 전원위는 위원장과 10명의 상임·비상임위원이 전원 참석하는 인권위 최고 의사기구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는 절반을 겨우 넘긴 인원만 참여했다. 지난 6월부터 자신들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회의를 보이콧하고 있는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과 한석훈·이한별·김종민 비상임위원은 이날도 회의에 들어오지 않았다. 보이콧에 동참했던 강정혜 위원이 입장을 바꾸면서 간신히 성원이 충족됐다.
임기 중 마지막 전원위인데도 비어 있는 위원들의 자리를 보면서 송 위원장은 답답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빈자리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이런 방식은 매우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상정된 의결 안건을 의결에 부치지 않았다. 위원 다수가 없는 상태에서 처리하는 건 곤란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날 회의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말싸움 없이 안건이 상정됐고 고성 없는 논의가 오갔다.
인권위 사무처 직원들이 올해 상반기 진정사건 접수 및 처리율이 지난해보다 하락했다고 보고하자, 위원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김용직 비상임위원은 “지금의 문제들은 인권위원들의 잘못”이라면서 “저부터 반성하겠고, 새로 출발하는 인권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식 임기가 이날로 종료된 김수정 비상임위원은 사무처의 적극적인 인권 행정을 주문했다. 그는 “예전이라면 조사관이 인용 의견으로 올릴 사건도 기각 의견으로 올리는 일이 있더라”며 “조사관 입장에서 ‘이건 안 되겠지’ 싶을 수 있지만, (그럴수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올려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앞으로의 인권위가 ‘합리적인 토론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그는 “후임 위원장이 오시면 심기일전해서 토론 문화를 바로 세워 누적된 안건과 새로 제기되는 인권 현안을 국민의 기대에 맞게 잘 처리해주시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정말 수고 많았다. 일부 안건이라도 처리할 수 있게 협력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끝으로 3년 임기 중 마지막으로 주재한 전원위 폐회를 선언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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