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불쑥 끼어든 살인마… 그가 던진 돌에 당신이 맞았다면…
송은아 2024. 8. 27. 21:03
넷플릭스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열연 고민시·윤계상
고민시 “살인마에 공감이 가면 안돼
기괴해 보이려 몸무게 43㎏까지 줄여
현장 에너지가 밥보다 훨씬 배 불러”
윤계상 “봉변 당한 2차 피해자 조명
치유 못 받고 무너지는 삶들 보여줘
3주만에 14㎏ 감량… 연기 집중력↑”
고민시 “살인마에 공감이 가면 안돼
기괴해 보이려 몸무게 43㎏까지 줄여
현장 에너지가 밥보다 훨씬 배 불러”
윤계상 “봉변 당한 2차 피해자 조명
치유 못 받고 무너지는 삶들 보여줘
3주만에 14㎏ 감량… 연기 집중력↑”
23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보면 포식자와 피식자가 연상된다. 포식자인 살인마는 본능대로 범죄를 저지른다. 피식자들은 운이 나쁘다. 잘못이 없음에도 한순간 ‘날아온 돌에 맞은 개구리’가 되고 만다.
이 작품은 평화롭던 한여름, 불쑥 등장한 범죄자로 인해 2·3차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서스펜스 스릴러다. ‘아무도 없는…’에서 화려하지만 위험한 범죄자를 맡은 고민시, 연쇄살인범 때문에 모든 걸 잃는 가장을 연기한 윤계상을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작품은 20년 간격의 두 이야기를 동시에 펼쳐 보인다. 2001년의 모텔 주인 구상준(윤계상)은 연쇄살인범인 줄 모르고 한 손님에게 과한 친절을 베풀다 인생이 절딴난다. 모텔이 범죄현장으로 악용돼 망하고, 가족이 해체된다. 20여년 후 펜션을 운영하는 전영하(김윤석)도 우연히 유성아(고민시)를 손님으로 들인다. 성아가 떠난 후 영하는 피 묻은 LP판을 발견한다. 살인 사건이 의심되지만 눈 감아 버린다. 1년 후 성아가 이곳에 다시 오며, 평화로운 산속에 묘한 긴장감이 스며든다.
윤계상은 “상준은 직접 살해당하지는 않지만 2차 피해를 입는데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범죄로 2·3차 피해를 당한 후 치유받지 못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다”고 전했다. 고민시는 “그간 피해 유가족,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는 많았어도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 가만히 있다 봉변당한 2차 피해자 얘기는 거의 없었다”며 “그렇기에 이 작품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모든 걸 잃은 상준은 ‘왜 하필 나인지’ 알고 싶어 수감된 살인범 지향철을 찾아간다.
“상준이 지향철을 찾아간 건 ‘내가 왜 이렇게 됐는지 너는 나한테 알려줘야지’ 하는 마음이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말도 안 되는 답을 듣잖아요. ‘나는 갈길을 가고 있었고 네가 그 길에 있었다, 네가 재수 없어서 나를 만난 거다.’ 세상은 내게 일어난 일들에 관심 없음을 잔인하게 보여주는 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력한 소시민인 상준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응축해서 전한다면, 고민시가 연기한 유성아는 이 극에서 매혹을 담당한다. 화려한 외양, 놀이하는 듯한 도발, 폭발하는 광기가 눈을 사로잡는다. 고민시는 “펜션에 한 마리 뱀이 똬리를 튼 느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유성아가 다시 펜션을 찾은 이유가 와닿지 않는다’는 반응도 있다. 고민시는 “성아는 남과 전혀 다른 지점에 흥미를 느끼는 인물이나 사이코 패스는 아니다”라며 “처음에 빠져나갈 구간을 계산하고 피 묻은 LP판을 일부러 남겨놓았고 1년 동안 자신에게 아무 일도 닥치지 않자 펜션에 다시 갔다”고 해석했다. 그는 “드라마가 얘기하는 건 돌에 맞은 개구리의 심리라 살인마가 왜 저런 행동을 했는지 납득이 안 가야 피해자들의 심정이 잘 이해되리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윤계상과 고민시는 이 작품을 위해 뼈를 깎듯 몸을 만들었다. 고민시는 기괴하고 날짐승 같은 느낌을 내고자 몸무게를 43㎏까지 줄였다. 힘들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는 “내일 촬영하는 장면이 있으면 너무 설레고 떨려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며 “촬영 현장에서 받는 에너지가 밥보다 훨씬 배불렀다”고 말했다. 윤계상 역시 20년 후 치매 걸린 노인을 연기하기 위해 3주 만에 14㎏가량 빼는 무리를 했다. 그러고 나니 예민해져서 집중이 훨씬 잘 됐다.
‘아무도 없는…’은 초반 전개가 불친절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윤계상은 “대본 자체가 우리나라에서 잘 보지 못했던 형식”이라며 “처음 읽고 막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한 드라마에 공존하는 특이한 구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추적하고 빨리 정답을 내리고 싶어하는 성향이 이런 드라마를 만난다면 혼란스러울 것 같고, 저도 그랬다. 이 혼란이 주는 재미가 있다”고 밝혔다.
드라마는 ‘돌 맞은 개구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명쾌하고 영웅적인 답을 주지는 않는다. 윤계상은 “우리 모두가 개구리”라며 “사건에 휘말리고 돌을 맞게 되면 누군가는 살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는다”고 했다.
“오늘도 뉴스에서 안타까운 소식들을 보잖아요. 그럴 때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을 정도로 마음이 아프고 고민하게 되죠.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개구리들이여, 살아남아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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