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포렌식’ 예산 반토막, 수사 차질 우려
“지금도 빌려 쓰는데…휴대폰 등 전자기기 분석 애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내년도 디지털 포렌식 장비 구입 및 유지 예산이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예산이 대폭 깎이면서 기존에 유지하던 포렌식 프로그램의 라이선스 계약 연장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포렌식이 수사 성패의 주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예산 감축이 수사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기획재정부는 2025년 공수처 예산안 중 첨단범죄 및 디지털수사 사업의 자산취득비 예산을 5억4100만원으로 확정했다. 이 예산은 공수처의 디지털 포렌식 업무와 관련된 지출 예산이다. 올해 예산은 9억4000만원이었고, 2022년에는 11억원이었다. 매년 10억원 안팎 배정되던 공수처의 포렌식 사업 예산이 내년에 반토막 나게 된 상황이다.
기재부는 올해 포렌식 관련 장비 구입이 완료된 점을 고려해 예산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까진 포렌식 장비 등 인프라 구축으로 예산이 더 들었는데 올해는 (기존 구입 프로그램의) 이용료만 필요해 예산액이 빠졌다”고 설명했다.
반면 공수처는 올해 예산이 부족해 포렌식 장비 추가 구입을 포기했던 상황에서 내년 예산이 감축돼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공수처는 현재도 포렌식 장비 부족 문제로 다른 수사기관에서 필요한 장비를 빌려 쓰고 있다고 한다. 이런 현상이 장기화되면 수사 내용이 다른 기관에 노출될 우려에다 재판 공소 유지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공수처는 주장한다.
공수처에 따르면 현재 책정된 예산안으로는 보유 중인 포렌식 장비를 계속 사용하기 위한 라이선스 연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수처에서 올해 예산이 집행된 포렌식 장비의 라이선스 갱신비만 약 5억4000만원에 달하는데, 환율과 물가 상승분을 고려하면 내년에 배정된 예산으로는 라이선스 갱신비조차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수처 수사에서 디지털 포렌식 작업의 중요성이 연일 부각되고 있는 만큼, 포렌식 장비 예산이 감축될 경우 진행되는 수사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례로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휴대전화에서 삭제된 데이터 일부를 복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VIP 격노 발언’과 관련한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한 바 있다. 최근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휴대전화 자료 일부의 포렌식도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라이선스 갱신이 안 되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뿐 아니라 현장 장비도 쓸 수 없어 내년엔 애로사항을 많이 겪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공수처 검사를 지낸 한 변호사는 “공수처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수사에 매우 중요한 증거를 대부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확보했다”며 “예산이 깎이면 원하는 수사를 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도 “지금은 수사의 핵심이 사실상 휴대전화를 비롯한 전자기기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 작업 결과 아니냐”며 “대면조사보다도 여기서 나오는 근거가 수사의 관건이 되는 만큼, 포렌식 예산이 대폭 감축되면 수사 차질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창준·강연주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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