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 중재·의료대란 다 일축한 ‘대통령실 출구’는 뭔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실에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 방안을 의·정 갈등 해법으로 제안했으나, 대통령실이 거부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한 대표는 전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는 유지하되, 2026년 증원은 유예하자는 의견을 대통령실에 건의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즉각 “정부 방침은 변함없다”고 했다. 응급의료가 비상시국인데도, 의·정 대치에 당정 이견까지 불거진 셈이다.
의·정 대치는 지난 2월 초 정부가 의료계 반발 속에 ‘2000명 증원’을 일방적으로 발표·배정하면서 시작됐다. 6개월을 넘겼지만, 전공의 대다수는 복귀하지 않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올해 유급된 1학년 의대생들과 신입생까지 합친 7500명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교육시설 확충과 교수 충원은 구체적 계획도 없다. 의·정 대화가 끊어진 지난달, 정부는 2026년 이후 의대 정원은 재논의할 수 있다는 유화책을 내놓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의·정 대화의 첫 접점이 될지 전문가들이 주목한 사안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여당 지도부가 의료계 접촉 후 제시한 이 중재안도 막히면서 다시 ‘강 대 강’의 출발선으로 돌아갔다.
의료현장은 경각에 처했다.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메운 전문의 사직도 이어지면서 수도권·지방 병원 가릴 것 없이 응급의료 붕괴가 시작됐다. 치료할 의사가 없어 병원이 환자 수용을 거부하니, 소방관들이 직접 ‘응급실 뺑뺑이’ 해소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간호사·의료기사 등이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9일 예고한 파업에 돌입하면 병원마다 대혼란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의대 정원 재논의에 쐐기를 박고, “의료현장은 실체보다 과장된 내용들이 과도하게 나와 있고 특정 사례가 부각되고 있다”고 봤다. 의료대란이 과장됐다고 본 것이나, 정책 컨트롤타워의 이런 판단과 인식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대화 물꼬를 트자는 여당 중재에도, 의료대란에도 다 고개 저은 대통령실의 출구는 뭔지 물을 수밖에 없다.
의료대란을 막으려면 의·정 간 대화가 절실하다. 의·정 간 불신의 벽이 높고, 의료 시스템은 파국 직전이며, 국민은 그 볼모가 된 지금이야말로 의료보다 급한 민생 문제는 없다. 6개월째 이 상황을 방치한 정부도, ‘원점 재검토’만 고집하는 의료계도, 방관해온 국회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와의 의대 증원 사전 논의가 충분치 못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시 의·정 협의체 구성까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의료계는 보다 명확하고 통일된 로드맵을 제시하고, 여야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묵은 ‘간호법’을 합의 처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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