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100조 에너지 공룡’ 탄생
외국인 주주의 95%가 찬성
주식매수청구권 ‘변수’ 남아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이 양사 주주총회를 통과했다. 합병을 위한 마지막 관문인 주식매수청구권 문제를 넘어서면 오는 11월 자산 100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SK E&S와의 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참석 주주 85.75%의 찬성률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주총 출석률(의결권 위임 포함)은 62.76%로 집계됐다. SK E&S도 이날 주총을 열고 양사 합병안을 승인했다.
합병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SK이노베이션 주주는 SK(주) 36.2%, 개인 24.9%, 외국인 20.9%, 기관 14.3%(국민연금 6.2% 포함) 등으로 구성돼 있다.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며 합병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최대주주인 SK(주)를 비롯한 대다수 주주가 찬성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글래스루이스가 합병안 찬성을 권고하며 외국인 주주의 95%가 찬성했다.
이날 합병안이 주총에서 승인되면서 합병 법인인 통합 SK이노베이션 출범이 가시화됐다. 통합법인은 11월1일 공식 출범한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에너지 중간지주회사 격으로 지난해 매출 77조2900억원, 영업이익 1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자산은 86조원에 이른다.
SK E&S는 도시가스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비상장사로 지난해 매출 11조1700억원, 영업이익 1조3300억원을 기록했다. SK E&S 자산은 19조원 규모다.
합병법인은 매출 88조원, 자산 105조원 규모의 외형을 갖춰 아시아·태평양 지역 민간 에너지 기업 중 가장 큰 규모가 된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한 지붕 두 가족’인 사내독립기업(CIC) 형태를 선택했다.
합병 성사를 위한 마지막 변수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이날부터 다음달 19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행사 금액은 주당 11만1943원으로 정해졌고, SK이노베이션은 8000억원 규모의 한도를 설정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합병 공시 당시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를 초과하면 합병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날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진 주식 수 824만4399주에 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매수 가격을 곱하면 9229억원이다. 합병안에 반대한 모든 주주가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가정하면 SK이노베이션이 매수해야 하는 금액은 8000억원이 넘는다.
국민연금이 지분 전체에 대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6817억원이 되는데 여기에 일부 소액주주들이 가세하면 한도를 넘길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한도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회사 내부에서 보유한 현금은 1조4000억원 이상”이라고 말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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