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나비부인' 방영한 KBS "일제 찬양이라고 보기 어려워"

광복절에 일본 국가와 복식이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해 비난을 산 KBS가 "일제를 찬양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해명을 내놨다.

KBS는 27일 시청자 청원 답변을 통해 "지난 15일 일본의 기미가요 선율이 일부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송함으로써 시청자 여러분께 불편함과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KBS 1TV는 지난 15일 오전 0시 'KBS 중계석'을 통해 6월 29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된 오페라 '나비부인' 녹화분을 송출했다.

광복절이 되자마자 이 같은 녹화분을 내보낸 KBS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항의성 게시물이 쏟아졌다. 이후 관련 게시물에 1000명 이상이 동의하면서 해당 부서 책임자가 약 보름 만에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KBS는 "'나비부인'의 시대적 배경은 서구 열강이 19세기 후반에 일본을 강제로 개항시키면서 게이샤들을 상대로 한 국제결혼이 사회 문제화됐던 시기"라며 "이 오페라는 일본에 주둔한 미국인 장교의 현지처가 된 게이샤 자식을 빼앗기고 목숨을 끊는 비극적 내용으로, 일제를 찬양하거나 미화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미가요의 선율은 남녀 주인공 결혼식 장면에서 남자배우의 독백 대사에 반주로 9초 사용됐고, 이후 6초 동안 두 마디 선율이 변주돼 나온다"며 "전문가는 푸치니가 기미가요 원곡을 서양식 화성으로 편곡해 썼기 때문에 일반 관객이 대체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부연했다.

광복절에 '나비부인'을 방영한 것을 두고는 "애초 광복절에 편성하지 않았으나, 2024 파리올림픽 중계방송으로 두 차례 결방되며 당초 계획보다 2주 뒤인 15일 0시 방송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KBS는 "'KBS 중계석'은 심의실의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고 제작진이 제작부터 방송까지 책임지는 '제작진 위임 심의'로 분류돼 있다"며 "담당 제작 PD가 이번 작품을 편성에 넘긴 뒤 8월부터 안식년에 들어가면서 방송 내용을 같은 제작 부서나 편성 부서와 공유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고 확인하지 못한 채 광복절에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점에 사과드린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삼일절, 6·25, 광복절, 한글날, 설날, 추석 등 시기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에 대해선 사전 심의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