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재정 매달려 내년 677조 또 ‘짠물 예산’
내수 침체 속 재정 역할 축소 우려…“건전성이 목표면 세입 확충해야”
윤석열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3.2% 늘어난 677조4000억원으로 확정했다. 세수 여건이 올해보다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지만, 내년에도 긴축재정 기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고령 인구가 늘고,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재정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의결했다. 내년 예산 총지출 증가율은 3.2%로, 총수입 증가율(6.5%)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의 경상성장률 전망치(4.5%)도 밑돈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만큼 예산 지출을 늘려야 함에도 ‘짠물 예산’ 편성 기조를 이어간 셈이다. 올해 총지출 증가율(2.8%)보다는 높지만, 같은 기간 총수입이 2.2% 줄어드는 등 세입 기반이 취약했던 것을 고려하면 올해보다 강도 높은 긴축예산이라 볼 수 있다.
정부는 내년을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을 준수하는 원년으로 삼기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3%대 초반으로 제한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5년 동안 400조원 이상의 국가채무를 늘려 (윤석열)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며 “허리띠를 졸라매서 비효율적인 부분은 과감하게 줄이고 꼭 써야 할 곳에 돈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 등 민생과제에는 집중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생계 급여는 4인 가구 기준 월 11만8000원 인상하고 노인 일자리 공급 사업은 103만개에서 110만개로 늘렸다. 저출생 대응 예산도 반영했다. 육아휴직 급여를 15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올리고, 배우자 출산휴가 급여 기간도 5일에서 20일로 확대했다. 출산휴가에 따른 사업주와 동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체인력 지원금도 40만원 인상했다.
그러나 기존 사업을 소폭 확대하는 데 그치고, 눈에 띄는 대규모 신규 사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민 생활과 밀접한 보건·복지·고용 예산 증가율(4.8%)은 2023년(4.1%)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재정 역할이 지나치게 축소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준칙이라는 목표에 매달린 나머지, 취약계층 지원을 확대하고 경기 대응을 위해 본격 투자를 해야 하는 재정의 역할을 외면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령 인구 등 복지 수혜 계층이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경상성장률을 웃도는 규모로 예산이 증가해야 한다”며 “재정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출보다 세입 기반을 확충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감세 조치가 재정 긴축으로 이어졌다”며 “감세와 긴축의 결합은 경제를 축소균형으로 끌고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영·유새슬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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