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민연금, 적정부담·적정급여를 위한 개혁의 길로 가야

기자 2024. 8. 27.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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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9월 초까지 연금개혁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에서 제시하는 개혁안은 세대별 차등보험료와 자동안정장치의 두 가지를 골자로 내세운다. 이 두 가지는 앞선 공론화 과정에서 논의된 바 없다.

세대별 차등보험료는 청년층의 보험료는 천천히 올리는 대신 장년층의 보험료는 빨리 올려, 소득대체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장년층과 낮은 청년층의 형평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얼핏 그럴싸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우선 장년층과 청년층이라는 세대 구분을 위한 연령을 정하기 쉽지 않다. 논란이 상당하고,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 또한 세대별 차등보험료는 소득에 따른 부담이라는 사회보험의 일반원칙에 어긋나는 방식이다. 장년층 중 50대 비정규직의 보험료는 50대라는 이유로 즉각적으로 올리고, 청년층인 20대 정규직의 보험료는 청년이란 이유로 늦게 올린다면, 이는 계층 간 형평성을 저해하게 된다.

더 쉽게 세대 간 형평과 계층 간 형평을 달성할 방법으로 국민연금에 국고를 투입하는 안이 제안돼 왔다.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는 점차 감소하고 있지만 아직 넓은 편이다.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영세사업장 노동자와 저소득자영자, 농어민, 가사근로자 등의 보험료 지원에 국고를 지금보다 더 넓게, 많이 투입하면 된다.

세부담은 소득과 연령에 따라 다르다. 2022년 기준 근로소득세의 73%, 종합소득세의 86%를 상위 10%가 납부했다. 또 근로소득세의 79%, 종합소득세의 86%를 40대 이상이 납부했다. 그러므로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에 국고를 투입하면, 그 자체로 계층 간 형평과 세대 간 형평을 달성할 수 있다. 특히 연령이나 계층을 정하는 쓸데없는 기준선이 제시될 필요가 없다. 그 어느 나라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차등보험료보다 국고지원은 형평성 제고에 훨씬 효과적이다.

정부는 차등보험료가 세대 간 형평을 달성한다고 말하지만, 세대 간 형평은 급여도 함께 봐야 한다. 정부가 보험료 차등 인상과 함께 도입하려는 자동안정화장치는 인구고령화나 경제변수를 고려하여 주로 연금급여 수준을 삭감하게 된다. 자동안정화장치 적용에 따른 연금급여 삭감은 기존 수급자와 신규 수급자 모두에게 동시에 적용된다. 핀란드의 경우 자동안정화장치로 연금급여가 장기적으로 24%나 삭감됐다. 우리도 이 정도 수준으로 삭감될 수 있고, 이 수준이 정부가 말하는 재정목표에 부합된다. 그렇다면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은 모든 세대에 동시에 적용되는 연금급여 삭감과 함께 작동하게 된다. 모두의 연금급여를 삭감하는 것을 세대 간 형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그렇게 하여 세대 간 형평을 달성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부의 개혁안은 모두의 연금액을 떨어뜨려 모두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다. 지난 공론화 때 시민들은 ‘더 내고 더 받는 안’을 택하여 ‘적정부담·적정급여’로의 연금개혁을 선택했다. 정부 개혁안은 모두가 적게 내고 모두가 적게 받는 ‘저부담·저급여’ 연금을 이끌 것이다. 이는 대다수 국민을 노후 불안으로 밀어 넣으면서, 민간연금과 보험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고, 민간연금과 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국민은 세대 간, 계층 간 형평에서 배제될 것이다. 국민연금의 급여 수준이 하락한다면, 이는 곧바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 간의 형평성 시비를 불러와 결국 공무원연금을 삭감하는 길로 들어서게 될 것이고, 공적연금 전체를 저연금의 덫에 빠뜨릴 것이다.

국민연금의 지속성은 기금 규모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후소득보장 기능의 적정화에 있다. 시민이 선택했던 ‘적정부담·적정급여’의 개혁안을 대통령실은 수용해야 한다.

제갈현숙 연금행동 정책위원

제갈현숙 연금행동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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