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에게 꿀잠을’ 속지 마세요…영아 수면 용품 56% ‘질식 위험’

소보원, 쿠션 등 30개 제품 조사
요람은 10개 모두 부적합 판정

시중에 판매되는 영아 수면용품 상당수가 바닥 면이 경사져 질식사고를 유발할 위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영아 수면용으로 광고·판매하는 30개 제품(요람·쿠션류·베개 각 10개)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17개 제품(56.7%)에서 위험 요소가 발견됐다고 27일 밝혔다.

돌이 지나지 않은 영아는 목 근육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하고 기도가 좁아 다른 연령층보다 질식 사고 우려가 크다.

특히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영아를 경사진 수면용품에서 재우면 머리가 앞으로 숙여지면서 기도를 압박할 수 있다. 또 몸이 쉽게 뒤집혀 침구에 입과 코가 막히는 사고도 난다.

소비자원이 시중 30개 제품의 등받이 각도를 살펴본 결과, 미국의 영아 수면용품 안전기준에 부합하는 10도 이하 제품은 13개뿐이었다.

나머지는 등받이 각도가 11~58도로 미국에서는 영아 수면용으로 판매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요람은 10개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쿠션류도 10개 중 7개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베개 제품은 7~10도로 10개 모두 안전기준을 맞췄다.

제품의 주의·경고 표시도 미흡했다. 30개 제품 중 질식 위험이 있다고 표시하지 않은 제품이 24개(80%)에 달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간한 ‘사망 원인 통계’를 보면 5년 새(2018~2022년) 영아돌연사증후군(SIDS)으로 숨진 영아는 275명에 이른다.

연간 출생아 1000명당 0.2명 안팎의 사망 원인이 SIDS인 셈이다. SIDS는 대부분 수면 중에 발생해 ‘요람사’라고도 한다.

미국 등은 안전하지 않은 수면 환경을 SIDS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보고 침대나 요람, 쿠션 등 영아 수면용품의 안전기준을 강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마땅한 안전기준도 없다.

소비자원은 조사 대상 사업자에게 SIDS 주의·경고를 제품에 표시하고 등받이 각도가 10도를 초과한 제품은 수면용으로 광고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