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까지 퍼진 ‘딥페이크’ 성범죄…발등에 불 떨어진 일선 학교 [오상도의 경기유랑]
텔레그램 딥페이크 공포 확산…전국이 ‘발칵’, 올해 290여건
경기교육청, “피해 학교 확인 중…피해 신고 접수 아직 없어”
임태희 교육감 “끝까지 찾아내 엄중 처벌”…경찰 “진위 확인”
경기교육청·경기도, 통신문·카드뉴스 ‘대응요령’…상담실 운영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텔레그램 ‘딥페이크(Deepfake)’ 음란물 피해가 잇따르면서 학생과 학부모 사이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아직 학교별로 뚜렷한 피해 양상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시·도교육청마다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 상태다.
딥페이크 범죄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지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자의 사진을 합성해 가짜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범죄를 일컫는다. 현재 인터넷에 떠도는 관련 성범죄 피해 학교 명단에는 전국 100여곳의 학교가 거론되고 있다.
27일 경기도교육청은 ‘디지털 성범죄(불법 합성 및 유포) 대응 및 예방교육’이라는 제목의 긴급 가정통신문을 전날 오후 관내 초중고교 학생의 가정에 보냈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구체적인 확인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도 교육청의 가정통신문에는 최근 딥페이크 피해가 잇따르니 학생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개인정보 등이 유출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는 당부가 담겼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올리거나 전송하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피해자의 SNS 프로필 사진과 타인의 신체 사진이 합성돼 다른 SNS에 게시된 뒤 지인을 통해 전달받은 경우와 친구한테만 보낸 자기 신체 사진이 불법 사이트에 게시된 경우 등 피해 사례도 소개됐다.
통신문에선 디지털 성범죄를 △사진·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아동 청소년·성착취물 제작·소지 유포 △유포 협박 △불법 합성물 제작·배포 등으로 규정했다.
대응요령에선 △낯선 사람의 오프라인 만남 요청에 대화 중단 △랜덤채팅앱의 대가성 만남 요구 캡처해서 신고 △불법촬영이 의심되면 주변에 도움 요청, 112 신고 △성적 욕설, 몸 사진·영상에 대화 중단·신고 등이 제안됐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확인된 피해 사례는 없지만 경찰과 함께 피해 학교들이 있는지 계속 확인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도 이날 수원 광교 청사에서 열린 자문단 회의에서 엄중 처벌을 강조했다. 임 교육감은 “수사기관과 협력해 딥페이크 음란물을 만들고 유포하는 사람이 있으면 끝까지 찾아내 용서하지 않고 엄중히 처벌하도록 하겠다”며 “학생들 사이에 이런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비상 체계를 가동해 이 문제에 대해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경기도 역시 도 여성가족재단 내 경기도젠더폭력통합대응단을 통해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대응단은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에 접수된 신고를 토대로 불법 영상물 삭제와 모니터링, 수사 및 법률 지원, 전문심리 상담 등을 돕는다.
앞서 지난 4월 울산의 한 중학교에선 남학생 2명이 같은 학교 여교사와 또래 여학생 등의 얼굴을 딥페이크 하고 공유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처럼 최근 국내 딥페이크 성범죄는 10대가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이기도 하다.
경찰에 따르면 딥페이크 음란물의 대상자가 아동일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11조)이 적용되며, 성인일 경우에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14조)에 따라 처벌받는다.
서울경찰청은 참여 인원만 22만여명에 달하는 딥페이크 제작 텔레그램 채널과 관련해 내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 채널은 여성의 사진을 넣으면 이를 합성해 나체 사진으로 만드는 불법 합성물 제작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 경찰에 신고된 딥페이크 성착취물 범죄는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2023년 180건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는 지난달까지 모두 297건이 접수돼 지난해 전체 범죄 건수를 넘어섰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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