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웨스팅하우스 몽니?…체코 원전 수주 태클거나

옥기원 기자 2024. 8. 2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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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의 체코 원전 수주가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사안이라며 미국 내에서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체코의 반독점규제기관에도 진정을 제기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미국 입장에선 자국 원전 기술을 모방해 다른 나라에 이전하려는 한국의 행위를 용인하는 것은 미 연방규정집 810(원자력 기술 이전 시 미 에너지부 허가 규정)에 반하는 결정일 수 있다"며 "수년 전부터 시작된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채 수주전에 뛰어든 절차적 문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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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천기술 소유 “지식재산권 적극적 방어”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 원전 2기를 건설하는 사업에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 전경. 한수원 제공

미국 원자력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의 체코 원전 수주가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한 사안이라며 미국 내에서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체코의 반독점규제기관에도 진정을 제기했다. 내년 3월 본계약 이전에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웨스팅하우스는 26일(현지시각) 체코의 반독점규제기관에 진정을 제기하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에 건설하려는) 에이피알(APR)1000 원자로의 원천 기술의 지식재산권은 웨스팅하우스에 있고, 자사의 허가 없이 제3자에게 해당 기술을 이전할 수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후 체코전력공사(CEZ)가 “입찰에 참여했다 떨어진 웨스팅하우스는 이의를 제기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이미 미국에서도 관련 소송을 벌이고 있는 등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주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27일에는 아에프페(AFP)통신 등이 “체코 반독점규제기관이 웨스팅하우스뿐 아니라 (한수원과 최종 우선협상대상 후보로 경쟁했던) 프랑스 이디에프(EDF)도 입찰 절차에 반대하는 진정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부터 미국에서 한수원의 원전 수출은 미국 수출통제 규정의 적용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1978년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한수원은 원전 기술을 해외에 수출할 때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수원에 기술을 이전해준 웨스팅하우스가 신고 주체인데, 아직 그 신고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에이피알1000·1400 원자로 기술은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시스템80+’ 기술에 기반한다. 한국의 유일한 원전 수출 실적인 2009년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엔, 한국전력이 웨스팅하우스에 기술자문료를 지급하고 발전기 터빈 등 주요 설비 주문을 맡기는 방식의 합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이번 체코 원전 수출에선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가 기술 이전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국내 원자력 업계에서 웨스팅하우스가 한국 원전 산업을 견제하고 수주 과정에서 로열티 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달 1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채 수주전에 뛰어든 것이 최종 협상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불과 1년 전인 지난해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했을 당시 한미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양국이 원전 분야와 관련해 지식재산권 존중한다”는 내용을 합의했다.

당시 한수원이 폴란드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지식재산권 위반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서 해당 문구가 한국의 지식재산권 위반 행위를 저지하려는 목적이란 풀이도 나왔다.

지난해 6월에는 웨스팅하우스가 방한해 한수원과 지식재산권 관련 협의를 진행했지만, 한수원이 로열티 지급, 원전 건설의 일정 부분을 맡기는 하청 방식의 협력 등 웨스팅하우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어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웨스팅하우스는 그 뒤인 10월 미국에서 한수원 상대로 지식재산권 관련 소송을 시작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한수원이 지식재산권 리스크를 끝내 해결하지 못한다면, 체코 정부도 공사 중단에 이를 수 있는 한국의 원전 건설을 승인할 가능성이 낮다”고 내다봤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미국 입장에선 자국 원전 기술을 모방해 다른 나라에 이전하려는 한국의 행위를 용인하는 것은 미 연방규정집 810(원자력 기술 이전 시 미 에너지부 허가 규정)에 반하는 결정일 수 있다”며 “수년 전부터 시작된 지식재산권 분쟁을 해결하지 못한 채 수주전에 뛰어든 절차적 문제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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