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대담] “안전교육도, 계약서도 없었다”…폭염 속 숨진 20대

KBS 지역국 2024. 8. 27.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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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광주] [앵커]

얼마 전 장성의 한 중학교에서 폭염 속에 에어컨 설치 작업을 하던 20대 노동자가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유족 측은 사고 당시 회사가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철저한 조사를 요구하고 있는데요.

유족 측을 대리하는 박영민 노무사 모시고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노무사님 유족들이 회사에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아서 사망까지 이르렀다 이렇게 주장을 하고 계신 거죠?

[답변]

맞습니다.

제가 CCTV 영상을 보면 고인이 힘들어서 비틀거리고 고통을 호소하고 헛소리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열사병 증상이 발현된 이후에 화단에 쓰러지는 모습까지 보이세요.

당연히 회사 측에서 바로 할 행동은 경찰에 신고하거나 119에 신고해서 고인의 생명을 보존하는 게 1 번일 텐데 회사가 한 행동은 어머님께 고인이 쓰러져 있는 모습을 사진을 찍어서 '애가 정신질병이 있는 것 같으니까 데려가라'라고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그 골든타임만 지켰다면 고인이 부모님을 지금 다시 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이게 상식적으로 뭔가 이상한 증세가 있다면 신고를 바로 하는 게 맞는데 왜 어머니에게 사진을 보내고 신고를 늦게 했는지 회사 측 입장은 어떻습니까?

[답변]

현재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고요.

저희도 그게 가장 좀 이해가 안 됩니다.

어떻게 고인의 어머니께 애가 정신질병이 있었냐 간질이 있었냐 그리고 분향소에 오셔서 평소에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죽은 것이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어요.

회사에서는 이 모든 책임을 고인의 사망의 책임을 회사에서 있었던 열사병이나 이런 것보다는 고인의 개인적인 책임으로 다 전가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렇게 작업 현장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할 때 어떤 매뉴얼이나 지침 따라야 하는 그런 것들이 없었던 건가요?

[답변]

사실 고용노동부에 지금 폭염 대비해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약간 매뉴얼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매뉴얼은 사실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거의 없습니다.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물이나 그늘 휴식을 보장해라라는 권고 조치에 불과한 것이고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그런 대응에 불과하거든요.

그래서 또 사실은 폭염이나 한파와 같은 기상 문제가 있을 때 당연히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본인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느낄 때 작업을 중지하거나 이런 권한이 있어야 되는데 여전히 그런 권한들은 전혀 없습니다.

[앵커]

다시 사건 당시로 돌아가서 이렇게 찜통더위 속에서 일하다가 사망까지 이른 상황이었다면 작업 환경에도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답변]

분명히 회사에서 휴식시간을 충분히 보장했다, 일을 많이 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물도 충분히 줬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셨어요.

그런데 저희가 CCTV를 확인해 보니까 물은커녕 고인을 햇빛이 내리쬐는 그런 그늘도 없는 한 점 없는 곳에다가 눕혀놓고 1시간 가까이 더 있다가 신고를 한 부분이 있고, 충분히 휴게시간이나 이런 것들은 보장이 안 됐습니다.

준혁이는 심지어 근로계약서도 안 썼습니다.

원래 채용 전에 노동자들한테 채용 전 안전교육을 하게 돼 있어요.

그런데 근로계약서도 쓸 시간도 없고 채용 전에 교육할 시간도 아까워서 계속 일을 시키다가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겁니다.

[앵커]

날씨가 그 전날도 더웠기 때문에 매우 더웠기 때문에 어떤 폭염에 대비할 수 있는 장비를 달라 이런 요구를 했다고 들었거든요.

[답변]

네 맞습니다.

준혁이가 그 전날 밤에 어머님께 그리고 친구들한테 일이 너무 힘들다 그런 이야기도 했었고 물을 먹고 싶은데 탈수가 올 수 있으니까 물을 많이 마시지 말아라 그런 이야기도 들었다고 하고요.

너무 더우니 쿨링 모자나 이런 걸 쓰고 싶었나 봐요.

이런 걸 쓰면 안 되냐라고 팀장한테 물었는데 거부당했다고 합니다.

[앵커]

이 사건 지금 현재 원청사와 회사 측을 상대로 고발장,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하셨는데 현재 조사 상황과 향후 어떻게 대응하실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현재 원청인 삼성전자와 삼성 시스템에어컨 업체에 대해서 저희가 현재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그리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현재 고소 고발을 해놓은 상황입니다.

지금 고인께서 사망한 지 2주째고 현재 유가족분들께서는 지금 장례를 못 치르고 있습니다.

사실 이 모든 부분에 대해서 그 하청업체인 삼성 시스템에어컨 업체뿐만 아니라 원청에서 공식적으로 유가족들에게 사과 표명을 하시고 앞으로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 그런 약속을 받는 것이 저희의 목표이고 유가족들의 바람입니다.

[앵커]

이런 올해 역대급 더위 속에서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비슷하게 폭염에 위험에 노출된 분들이 많을 겁니다.

이런 안타까운 사고 재발을 막을 대책은 뭐가 있다고 보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저는 현장에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정말 수립됐으면 좋겠습니다.

형식적인 권고 조치 이런 거 말고 현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지 않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게 정말 현실적인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됐으면 좋겠고요.

최소한 노동 안전에 대해서는 원청에서 예산이나 물품이나 인력이나 교육 등에서 충분히 하청업체에 제공을 하시고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주시고 먼저 나서서 뭔가 사람이 더 이상 죽어나가지 않게 대책을 수립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겠습니다.

[앵커]

기후위기 시대를 맞은 요즘, 노동자들도 폭염과 폭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포괄적인 안전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유족 측 박영민 노무사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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