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운의 사고로 치부한 경찰…기강해이 드러나자 여론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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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만 명 남짓한 경남 하동군이 최근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들썩인다.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진교파출소 내 주차장에 세워둔 순찰차 뒷좌석에서 40대 여성 A 씨가 엎드린 자세로 하루 반 만에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애초 A 씨의 돌발 행동으로 사고가 벌어진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사고 당일에도 당직 근무자 4명은 파출소 주변을 서성이던 A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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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4만 명 남짓한 경남 하동군이 최근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들썩인다. 지난 17일 오후 2시께 진교파출소 내 주차장에 세워둔 순찰차 뒷좌석에서 40대 여성 A 씨가 엎드린 자세로 하루 반 만에 숨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A 씨는 2급 지적장애로 14년간 입원 치료를 받다 올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지난 15일 오후 10시 주거지에서 나와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문이 열린 순찰차에 들어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인은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등이 고려됐다.
이 사건은 처음 알려질 때만 해도 여러 불운이 겹친 ‘스위스 치즈 모델적’ 사고처럼 보였다. 이 모델은 수많은 구멍을 가진 치즈가 여러 장이 겹치면 구멍이 막히듯, 여러 개의 우연적 요소로 사고가 발생한다는 이론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의 실책을 지적하는 본지 지적에 ‘이게 왜 경찰 탓이냐’는 항변도 있었던 게 사실이다. 애초 A 씨의 돌발 행동으로 사고가 벌어진 게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경찰 실책 정황이 차례로 드러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경찰은 사고 당일에도 당직 근무자 4명은 파출소 주변을 서성이던 A 씨를 발견하지 못했다. 특히 A 씨가 차량에 머문 36시간 동안 세 번의 당직 근무 교대 때 차량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A 씨를 살리거나 조기 발견할 기회를 놓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45시간 동안 차량을 운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순찰 일지에 기록만 해두고 근무하지 않아 화를 키운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나마 하동경찰서장의 책임 있는 자세는 불행 중 다행이다. 진영철 하동서장은 국제신문에 “소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일련의 사태를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고가 터져도 책임 회피에 급급한 요즘의 다른 공직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공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넘어갔다. 그는 취임식에서 “예기치 못한 사고 위험 등이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고, 이를 예측하고, 예방하고, 단속해 안전한 일상을 지켜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경찰청은 사건 후 이례적으로 6명을 파견해 감찰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간 풀어졌던 복무 기강을 다시 바로 세우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취임식에서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경남 한 발달장애인 가족 단체는 “폭염 속 밀폐된 차 안에서 죽음과 사투를 벌인 피해자의 모습을 상상하면 분노를 억누를 길이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A 씨가 당일 긴 여정 끝에 파출소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쩌면 경찰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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