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숲길] 물질적 풍요와 저출생의 공존

주철희 한국해양콘텐츠앤크루즈 회장 2024. 8. 2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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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희 한국해양콘텐츠앤크루즈 회장

지난 8월 15일은 제79주년 광복절이었다. 우리나라는 광복 후 발발한 6·25 전쟁으로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으로 낙후된 지구상 가장 참혹한 나라였다. 지난 79년 동안 한민족의 우수성과 단결력을 바탕으로 시민과 기업이 노력해 세계 최빈국을 선진 10위권의 나라로 만들었다.

이제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풍요로운 나라가 됐지만 급격한 산업화 과정과 고도성장 속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그중 하나가 저출생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2023년 기준 0.7명대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나라이다. 1960년대 6명대를 기록했던 합계출산율이 강력한 가족계획 정책의 성공에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가 더해지면서 1980년대에 2명대, 2000년대에 1명대로 낮아졌다. 2020년대에는 0.8명대로 떨어졌다. 출생률 저하는 높은 주거비와 사교육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움에 따라 경력 단절 문제로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회적 환경, 개인주의의 확산 등 다양한 이유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여성, 가족과 사회에 대한 복합적인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며,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양성이 평등한 사회 조성, 교육 구조의 변화, 사회복지 시스템 강화가 필요하겠다.

필자는 이에 더해 다른 관점에서 저출생 문제를 바라보고 싶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압축적인 경제 성장을 이룬 결과 우리 사회에는 물질만능 풍조가 만연해졌다. 이런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금력과 직결돼 평가받고 판단되며, 공부를 하는 것도 고소득의 직업을 가지기 위함이다. 자기만 우선 살아야 한다는 기회주의, 이기주의가 팽만한 비정한 사회이다. 예전 우리 사회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신이 있었다. 생활에는 따뜻한 정과 예가 흘렀고 생각에 도덕과 철학이 녹아 있어 어릴 때부터 별도의 교육 없이도 올바른 삶의 자세와 생활양식을 배울 수 있었다. 맹자의 말씀으로 표현하면 “사람이 배우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양능(良能)이며,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 수 있는 것이 양지(良知)이다”고 하여 사람은 학교에 다니지 않아도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도구를 만들 수 있고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철학 또한 생활 속에서 체득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은 살아가며 때때로 문제에 직면하고 길을 잃는다. 철학은 이런 문제를 풀어내며 삶의 방향을 찾게 하고 풍요롭게 한다. 물질만능의 야수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다 인간답고 정신적으로 충만한 삶을 위해서는 철학이 필요하다. 철학을 공부하면 비판적 시각과 논리적 사고를 개발할 수 있으며, 윤리적 판단과 도덕적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철학은 한 인간으로서 바른 가치관을 가지게 하고 사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책임감 있는 윤리적 인간으로 성장 가능하게 한다.

철학을 공부하지 않아 야기되는 문제는 한 개인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가 된다. 예컨대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에는 사랑의 달콤함도 있지만, 그 결실로 생긴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는 희생과 고통이 수반되며, 공동생활에서 파생되는 여러 문제를 수시로 해결해야 한다. 이러한 삶의 과정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것은 가치의 문제이고 그 가치는 철학에서 비롯된다. 각자 다른 두 사람이 가정 공동체를 이루고 자녀를 낳고 기르는 수고를 감내하는 과정의 밑바탕에는 자신의 삶에 대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어야 한다.


저출생 문제를 들여다보다가 물질만능, 공동체의 붕괴, 철학이 부재한 삶에까지 생각이 닿게 됐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자신의 삶에 의미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자녀를 낳아 기를 마음을 내기란 참으로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자는 너무 생각이 많고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 오히려 자식 낳기가 더 어렵다고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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