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음란물’ 공포 확산에 칼 빼든 경찰 “7개월간 집중단속”

강윤서 기자 2024. 8. 27.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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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유포 철저히 추적…“과거에 비해 범행 수법 체계화”
“허위 영상물 범죄 피의자 73%가 10대…학교 첩보수집 강화”
교육부도 강력 대응…“가해·피해 학생 전수조사”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대화 내용 ⓒSNS 캡처

딥페이크(Deepfake) 성범죄에 대한 공포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대학가에 이어 초·중·고등학교, 군대에서까지도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의 제작·유포 범죄가 심각한 수준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이용하지 않아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불안도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같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강력 대응을 촉구했고, 경찰도 즉각 특별 집중단속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오는 28일부터 내년 3월31일까지 7개월간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특별 집중단속'을 실시한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청은 "딥페이크 성범죄는 피해자의 인격을 말살하는 중대한 범죄로, 발본색원해 국민 불안감을 불식시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국민의 적극적인 신고·제보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시·도 경찰청 사이버성폭력수사팀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단속을 벌여 딥페이크 제작부터 유포까지 철저히 추적·검거할 계획이다. 기술적으로도 딥페이크 탐지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분석, 국제공조 등 수사에 필요한 사항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 등 범죄 발생 건수는 최근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2023년 180건으로 계속 늘었고, 올해 들어 7개월 간 297건으로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특히 딥페이크 제작이 쉬워지면서 청소년들 범행이 늘고 있다. 최근 허위 영상물 등 범죄 혐의로 입건된 전체 피의자 중 10대의 비중은 2021년 65.4%, 2022년 61.2%에서 2023년 75.8%로 커졌다. 올해 1~7월도 73.6%로 역시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응해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을 중심으로 범죄첩보 수집, 경각심 제고를 위한 사례 중심 예방 교육·홍보 등의 활동을 병행하기로 했다.

경찰은 딥페이크 성범죄가 확산한 데 대해 "과거엔 합성을 위해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지만,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으로 이제는 누구나 인터넷 검색만으로 딥페이크 봇 등에 접속해 허위 영상물 등을 제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 SNS에서 참여자들끼리 특정 지역 및 학교의 공통 지인을 찾아 그 지인을 대상으로 허위 영상물을 공유하는 일명 '겹지방(겹지인방)'이 운영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범행 수법이 구체화·체계화되고 있다"며 "시급히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미성년자 대상 범죄에 엄정 대응…'위장수사'도 확대하나

특히 경찰은 딥페이크 대상이 아동·청소년일 경우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에 해당하므로 더욱 엄격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현행법상 딥페이크 성착취의 피해자가 19세 미만 아동·청소년이면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제작·배포 등)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문제의 영상을 소지·시청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제작·배포할 경우 최소 징역 3년에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된다.

성 착취물 피해자가 성인일 경우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2(허위 영상물 등의 반포 등)에 근거해 제작·반포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영리 목적까지 확인될 경우 처벌 수위는 7년 이하의 징역이다.

디지털 성범죄 급증으로 '위장수사'를 확대할 필요성도 다시 대두됐다. 현재 경찰은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선 아동·청소년성보호법에 근거해 위장수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성인 성 착취물 등에 대해선 법적 근거가 없어 사실상 위장수사가 불가능하다.

이에 경찰이 위장수사 범위를 성인 대상 범죄까지 확대할 경우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로선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의 유통경로로 활용되는 텔레그램의 폐쇄성과 피해자를 성인과 미성년자로 구분하기 어려워 수사상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경찰이 신분 위장 등을 통해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성폭력처벌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향후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남용 방지책 등이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왼쪽)최근 온라인상에서 딥페이크 허위 영상물 피해 대상 학교 및 지역 등에 대한 명단이 떠돌고 있다. (오른쪽) 한 고등학교의 학생자치회 SNS에서 텔레그램 딥페이크 합성 사진 유포 등에 주의하라는 경고문을 올렸다. ⓒSNS 캡처

전국 학교도 초긴장…"가해·피해 학생 전수조사"

교육당국도 강력 대응에 나섰다. 교육부는 최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에 '디지털 성범죄 대응 및 예방을 위한 교육 안내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특히 타인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음란물을 합성 및 유포하는 행위가 '성범죄'임을 학생들에게 강조하고, 개인정보 노출에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피해자 신고센터와 상담소를 운영하고, 특별교육과 캠페인도 실시한다.

가해·피해 학생 현황도 전수조사하고 있다. 신고된 건은 경찰이 나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적발 시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다만 접수된 피해 사례는 많지 않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딥페이크 피해 학교' 명단이 떠돌고 있는 가운데 게시물에서 언급된 학교 중 해당 지역 교육청에 접수된 피해 사례는 아직 없었다.

이에 교육당국은 당사자가 피해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고려해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0분께 대전지역 여고생 A양이 딥페이크 영상물에 본인의 얼굴이 합성·유포되고 있다고 시 교육청과 대전중부경찰서에 각각 신고했다. 이는 대전지역 첫 신고 건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신고 건을 대전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로 이첩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적발 시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일선 교육청과 학교는 학생들에게 개인정보 유출 주의를 당부하고 관련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생활지도 담당 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집중교육도 이뤄진다.

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딥페이크 등 불법 합성물 유포·저장·전시는 디지털 성범죄로, 현행법으로 처벌되는 명백한 범죄행위"라며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 학생과 교직원 모두가 건강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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