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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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또 하나의 지식을 갖고 있다.
'엉뚱함'이 그것이다.
말도 안 되는 그 엉뚱함을 아동문학은 일찌감치 수용하는 너그러움을 보였다.
땅에 동전을 심는다? 이보다 엉뚱한 일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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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어요
박설희
놀이터 모래밭에
꼭꼭 심어요
물도 뿌려요
용돈으로 받은
동전을 꼭꼭 심어요
봄에 심었던 꽃씨에서
봉숭아꽃 가득 피어난 것처럼
동전들 주렁주렁 열리라고
간밤 한숨짓던
엄마 아빠 주름살 펴지라고
아이의 효심
아이들은 어른들이 모르는 또 하나의 지식을 갖고 있다. ‘엉뚱함’이 그것이다. 말도 안 되는 그 엉뚱함을 아동문학은 일찌감치 수용하는 너그러움을 보였다. 이 ‘심어요’가 그 대표적인 본보기다. 땅에 동전을 심는다? 이보다 엉뚱한 일이 세상에 어디 있는가. 그러나 이것이 곧 문학을 잉태한 씨앗이 된 것이다. 아이는 용돈으로 받은 동전을 꽃씨를 심듯이 땅에 심고 물까지 뿌린다. 봄에 심었던 꽃씨에서 봉숭아가 가득 피어난 것을 보고 한 일. 그래서 가난에 한숨짓는 엄마 아빠의 주름까지 활짝 펴지라고. 아이의 효심이 꽃보다 예쁘다.
아니, 이런 효심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작품으로 끌어들인 시인이 너무너무 예쁘다. 세상에는 비상식적인 일이 때로 상식적인 것보다 높게 보일 때가 있다. 필자의 동화 ‘행복한 지게’도 그중 하나다. 머리가 모자라는 덕보가 효도를 한답시고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매일 동네를 도는 이야기도 비상식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번쩍이는 승용차로 드라이브를 시켜 드리는 것보다 얼마나 감동적인가! 동전을 꽃씨처럼 땅에 심고 물까지 준 이 동시는 그래서 읽는 이들의 가슴에 ‘웃음’이라는 아름다운 꽃씨를 심어준다. 이런 게 좋은 동심의 문학이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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