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칼럼] 손오공이 쏘아올린 중국의 'IP 왕국 꿈'
중국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 글로벌 게임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이 게임은 지난 8월 20일 PC와 플레이스테이션5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출시됐다. 출시 당일 판매량이 무려 450만 장으로 2800억 원 이상의 깜짝 매출을 올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출시 3일 만에 1000만 장이 팔린 이 게임은 출시 11시간 만에 동시 접속자 22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스팀 동시 접속자 기록 2위, 싱글 게임 기준 1위다. 이후 모든 플랫폼 동시 접속자 3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화제를 이어갔다.
중국의 글로벌 게임 개발사이자 퍼블리셔인 게임사이언스에서 개발한 이 게임은 중국 고전 소설의 4대 걸작 중 하나인 '서유기'를 배경으로 개발된 하드코어 액션 RPG다.
'서유기'의 여정을 모두 끝낸 이후 손오공의 모험을 다룬다. 게임에서 유저는 '천명을 지닌 자'가 되어 과거의 전설 속 진실을 밝히기 위해 서역으로의 여정에 나선다.
그런데 유독 이 게임에 대한 흥행에 대해 글로벌 시장이 주목할까? 또한 중국 관영매체가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중국 게임팬들은 "풍부한 스토리텔링과 놀라운 비주얼, 독창적인 액션 RPG 공식을 결합한 게임"이라며 국뽕급 축하를 이어갔다. 관영매체들도 앞다퉈 극찬했다.
중국 정부도 게임 배경이 된 중국 명승지 36곳을 소개하며 희색이 완연하다. 게임 유저들에게 명승지에 공짜로 들어갈 수 있도록 입장료를 면제해주는 조치를 했다. 산시성 정부는 게임 속에 등장하는 유적지를 따라 이동하는 새 관광 코스를 개발했다.
이 게임에 대한 중국의 국가적인 열광과 환호의 이면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기자는 '중국의 IP(intellectual property, 지적 재산권)에 대한 갈망'이 응집한 결과로 생각한다.
9년 전 기자는 중국 대표 게임쇼 '차이나조이'를 취재하기 위해 상하이를 찾았다. 거기서 일본 만화-애니 IP를 가진 농구게임 '슬램덩크'를 개발하는 DeNA 차이나를 방문해 대표를 인터뷰했다.
30대인 이련 대표는 자신을 1980년 이후 태어난 '바링허우' 세대로 칭했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자란 세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만화 '원피스' IP 게임이 6개월도 안되어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만화 '슬램덩크' IP로 모바일게임을 개발해 성공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원작 만화 '슬램덩크' 마니아로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과 강백호 등 주인공들을 선망했던 추억을 들려주었다. 마침 중국에는 NBA서 활약하는 스타 야오밍 선풍으로 농구가 엄청난 인기였다. 한국 농구게임 '프리스타일'도 덩달아 매출이 쑥쑥 올라갔다.
올해 3월 8일 2억 부가 팔린 일본 만화 '드래곤볼'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가 별세했다. 정치인도, 외교관도 아닌 만화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에 중국 외교부는 추모 메시지를 발표했다.
'드래곤볼'은 주인공 손오공이 여의주를 모으는 내용의 만화였다. 이 추모 메시지에는 중국이 원작인 '서유기' 자부심과 전 세계 80개국서 방영된 애니메이션을 향한 존경심이 담겼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는 초강대국 G2로 지위가 상승하면서 자국 문화 IP 상품을 만들려고 안간힘을 썼다. 디즈니의 중국 소재 애니메이션 '뮬란'과 '쿵푸팬더'처럼 '드래곤볼' 또한 외국에서 만들어낸 중국 문화를 소재를 다룬 IP라는 점 때문에 그 아쉬움도 메시지에 깃들어 있었다.
전 세계 최대 유저를 갖고 있는 중국의 게임의 경우는 어떨까? 그동안 중국에서 인기를 누리는 콘솔게임은 대부분 미국과 일본 IP 게임들이었다. PC 온라인게임도 '미르의 전설' '크로스파이어' '던파' 등 한국 게임과 '와우' '리그오브레전드' 같은 미국 IP들이 휩쓸었다.
뽕밭이 바다가 된다는 '상전벽해'라고 했던가. 최근에는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세계 최대 게임사로 급성장한 중국 텐센트는 e스포츠의 최고봉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했다. 한때 모바일게임 매출 1위였던 슈퍼셀도 손에 넣었다.
특히 콘솔과 온라인게임이 아닌 모바일게임에서도 이미 자국 IP를 가진 '원신'으로 매출 1위를 기록해 '중국천하'를 선언했다. 현재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 성적을 보면 10위권에 6개가 중국 게임일 정도다.
여기에다 텐센트에서 근무했던 이들이 나와 설립한 게임 사이언스의 '검은 신화: 오공'으로 중국 PC, 콘솔을 향한 인식이 180도 바꾸어버린 것이다.
중국은 오랫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IP가 통한다"는 날을 갈망해왔다. 이번 '검은 신화:오공'은 '서유기'를 모티브로, 재해석된 중국식 IP 손오공을 통해 만리장성을 넘어 글로벌로 날아올랐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은 중국 고전문학 명작 '서유기'를 소재로 했다. 중국 문화의 매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감격해 했다.
외교부의 반응과 내외신 기자회견은 손오공 등 유명한 캐릭터를 오롯이 중국 자체 IP와 문화요소를 담아냈다는 자부심이 배어 있었다. 실제 오공에 이어 강상(강태공), 종규(역귀 쫓는 신) 시리즈가 준비 중이라고 한다.
게임 시장에서 중국은 모바일게임 '원신'에 이어 이제 콘솔-온라인게임에서 전세계 매출 1위에 올랐다. 그러니 중국 전체가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탄 것처럼 나라 전체가 환호했다.
그렇다면 '오공' 글로벌 히트는 중국이 그토록 갈망했던 'IP전쟁'에서 승전보일까?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속 손오공이나 삼국지가 일본 IP로 지구촌을 호령했던 시절을 점점 밀려 나가는 '신호탄'일까?
중국에서는 "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는 말이 있다. 굴기(崛起)는 세계에 우뚝 선다는 뜻이다.
분명한 것은 당당히 본토를 넘어선 '검은 신화: 오공'은 여의봉과 근두운을 타고 제대로 뒷물결이 되었다. 그리고 중국의 'IP왕국' 건설을 위한 게임이 쏘아올린 '게임굴기'였다. 기자는 솔직히 중국게임이 두렵다.
pnet21@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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