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의 점진적 세대교체 선봉' 신예 최우진, 이미 유럽-미국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깜짝 발탁'이었지만, 신선함을 주기에는 충분했던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의 선택이었다.
홍 감독은 2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팔레스타인, 오만전에 나설 명단 26명을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주장에 연임하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 등도 호출한 홍 감독이다. 주민규, 김영권, 이명재 등 울산 HD에서 지휘했던 자원들도 그대로 부름 받았다.
새로운 얼굴들도 있었다. 올해 K리그 최고의 발견으로 꼽히는 고교생 공격수로 내년 1월 토트넘 홋스퍼로 향하는 양민혁(강원FC)이 팀 동료인 측면 수비수 황문기와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또, 중앙 수비수 이한범(미트윌란)도 드디어 A대표팀의 맛을 보게 됐다.
이들과 더불어 가장 의외의 발탁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인물이 바로 최우진(20, 인천 유나이티드)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기준으로는 2018년 5월 문선민(전북 현대) 이후 처음이다. 6년 3개월 만에 A대표 선수가 탄생한 것이다.
팀은 꼴찌로 추락했어도 태극마크를 다는 선수가 나온 것은 분명 기쁜 일이다. 인천 관계자는 "이틀 휴식 후 27일 다시 모인 선수단이 최우진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최우진의 발탁이 선수단에는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홍 감독은 지난 2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2024 하나은행 K리그1 28라운드를 현장 관전했다. 포르투갈 출신의 주앙 아로소 수석코치와 치아구 마이아 전술분석 코치가 동석했다. 이들은 좌우 측면 수비와 중앙 미드필더를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최우진의 발탁을 두고 홍 감독은 "최우진은 예전에 K리그 경기를 하면서 봐왔던 선수다. 포지션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고,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봤다. 맞대결하면서도 좋은 선수라고 판단했다. (대표팀 부임 후) 인천 경기를 두 경기 봤다. 왼쪽 풀백으로 피지컬 적으로는 부족한 면도 있지만, 장점을 봤고 흥미로운 선수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최우진이 실제 경기에 나설 것인지는 미지수다. 좌우 측면 모두 가능한 설영우(츠르베나 즈베즈다)가 있고 이명재(울산 HD)도 기회를 노린다. 팔레스타인이 약체라고는 하지만, 실력 성장으로 쉽게 보기 어려운 팀이라는 것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미래를 생각하면 충분히 선발 가능한 자원임에는 분명하다는 것이 축구계 중론이다. 익명을 원한, 최우진을 상대했던 A팀의 B수석코치는 "일단 어리니까 빠르다. 또, 몸싸움도 치열하게 한다. 크로스 능력도 나쁘지 않다. 중앙 공격수 무고사나 앞선의 제르소에게 연결해 주는 능력이 그렇다. 다만, 아직 경험이 적으니 경기 운영은 다소 투박한 면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 인천에서는 박승호가 먼저 대표팀에 뽑히지 않을까 싶었다. 최우진이라 많이 놀랍지만, 이상한 일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임중용 인천 단장은 감회가 남다르다. 그는 "전력강화실장으로 있으면서 뽑았던 선수다.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 내부에서는 다소 우려가 있었지만, 잘 키우면 충분히 이름값 있는 선배들을 넘을 수 있다고 봤다"라고 말했다.
한 살 위인 배준호(스토크시티)를 배출한 진위FC 출신인 최우진은 일찌감치 유럽 중소리그나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2~3개 구단이 관심을 가졌던 자원이라고 한다. 연령별 대표팀 경험이 없고 프로 유스 산하도 아닌, 일반계 클럽팀 출신이라 더 놀랍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인천이 어떻게 영입했는지 그 과정은 잘 모르지만, 유럽 중급 리그로 대표되는 오스트리아나 벨기에, 튀르키예의 선두권 구단에서 키우고 싶은 제안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 단장도 이를 인정하며 "조성환 전 감독(현 부산 아이파크 감독)도 최우진의 가능성을 보고 기회를 줬다. 유럽이나 미국 등 여러 리그에서 영입 제안이 있었고 관심 있게 봤지만, 미래 계획을 내세워서 (최)우진이를 인천으로 데려왔다"라고 전했다.
어린 나이에 A대표팀 발탁은 꿈과 같은 일이다. 임 단장은 "A대표팀 발탁은 예상외였지만, 홍 감독님이 직, 간접적으로 최우진을 살피고 있다는 이야기는 듣고 있었다. 그래서 최우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들뜰 수 있어 그랬다. 이번에 가서 잘 배우고 왔으면 좋겠다"라며 기대했다.
지난 시즌 리그 5경기 1골 1도움을 기록했던 최우진은 올 시즌 리그 21경기 4개의 도움을 기록 중이다. 천운인 것이 A대표팀 코치 중에는 측면 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동진 코치가 있다. 왼발을 주로 사용하지만, 오른발도 쓰는 양발잡이라 기술을 사사하기에 큰 문제도 없다. 측면 공격수로도 뛸 수 있는 능력도 겸비했다.
이영표 은퇴 이후 왼쪽 측면은 늘 경쟁이었다. 김진수(전북 현대), 홍철(대구FC)이 없는 상황에서 최우진이 미래 10년, 한국의 왼쪽 측면을 끌고 갈 수 있을지가 이번 2연전 중요 관전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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