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금리 인하 못할만큼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 늪…성찰해야”

노지원 기자 2024. 8. 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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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가 지금 금리 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늪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 보인다."

이 총재는 금통위의 결정 배경으로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한국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04년 57% 수준에서 2021년까지 약 20년 동안 지속해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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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왜 우리가 지금 금리 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의 늪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서울대에서 열린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지난 2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둘러싼 ‘갑론을박’에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최근 금통위 결정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듯 요목조목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 총재는 금통위의 결정 배경으로 “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한국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2004년 57% 수준에서 2021년까지 약 20년 동안 지속해서 상승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모든 정부에서 “임기 내에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노력보다는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편한 선택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닷새 전 한은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융안정 측면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와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고 외환시장의 경계감도 남아있는 만큼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효과,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의 영향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금리 동결 이유를 밝혔었다. 하지만 같은 날 대통령실은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며 이례적으로 금통위 결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 총재의 이날 발언은 금통위의 결정에 대한 대통령실의 비판을 에둘러 반박한 것으로도 읽힌다.

이 총재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작은 충격에도 급등하는 구조가 형성된 배경으로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취학 연령 자녀의 부모들이 입시경쟁, 자녀 사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진입하려고 하면서 초과 수요가 발생하고 이것이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구조적 문제를 고착시켰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러한 구조적인 제약을 개선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한다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는 지난 20년과 같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금통위 결정은 한 번쯤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주고, 이번 정부가 지난 20년의 추세를 처음으로 바꿔주는 정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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