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행복의 나라’ 조정석
- 대통령 암살 연루된 인물 구하려
- 정치재판 혼신 다하는 변호사役
- “흔치 않은 역할 제안받고 수락
- 故 이선균 형과 하이파이브 장면
- 다시 보니 흔들리고 무너지더라”
- 최근 개봉한 코미디영화와 함께
- 두 편 영화로 관객 만나는 행운
- 가수 도전 예능프로도 이달 시작
- ‘2집 가수 조정석’ 꿈 향해 전진
올여름 극장가를 빛낸 한 명의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조정석을 들 수 있겠다. 그가 여장 1인 2역에 도전한 코미디 영화 ‘파일럿’(개봉 7월 31일)은 430만 관객을 돌파하며 여름 시즌 최고 흥행을 4주째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의 변호사로 출연한 ‘행복의 나라’는 10·26 사태와 12·12 군사반란이라는 두 역사적 사건을 관통하며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를 준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조정석은 “너무 기분이 좋다. 제 연기 인생에서 이렇게 시기가 비슷하게 두 영화가 개봉하는 날이 또 올 수 있을까 싶다”고 두 편 영화로 관객을 만나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게다가 ‘파일럿’이 반응이 좋아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분한 느낌도 있다. 하여튼 기분 좋은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흥행의 기쁨도 전했다.
무엇보다 두 편의 영화가 각각 다른 장르와 소재를 다루고, 연기 톤도 상반되기에 조정석의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행복의 나라’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잘 볼 수 없던, 실제 사건을 가져온 사회성 강한 작품이어서 더욱 관심을 받았다.
‘광해, 왕이 된 남자’, ‘7년의 밤’ 등을 연출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따라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렸다. 조정석은 박태주를 살리기 위해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많은 분이 조정석을 유쾌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시고, 코미디를 연상하는 것을 잘 안다”고 전제했다. 이어 ‘행복의 나라’를 택한 이유에 대해 “이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역할을 제안받는 경우가 많지 않기에 소중했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더욱 좋았다”고 말했다. “‘행복의 나라’를 촬영하면서 기존 유쾌한 얼굴을 덜어낸 새로운 얼굴을 모니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는 조정석에게 ‘행복의 나라’는 물론, 오는 3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창작된 인물, 변호사 정인후
‘행복의 나라’는 10·26 사태와 12·12 군사반란이 등장하고, 실제 사건 속 인물들이 이름만 달리해 그대로 등장한다. 하지만 조정석이 연기한 정인후는 10·26 관련 재판 기록과 재판에 참여한 인물을 종합적으로 대변하는, 창작된 캐릭터다. 원래 정인후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짓 상황도 스스럼없이 만들어내며 승소하기로 유명한 인물이지만, 박태주 재판을 맡으면서 불의에 굴복하지 않고 정당한 재판을 받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인물로 변신한다.
조정석은 “정인후는 원래 정의라는 단어와 좀 거리가 먼 그런 변호사였다. 박태주 재판도 감옥에 있는 아버지를 병원에 옮기기 위해서 맡는데, 박태주를 보며 아버지와 비슷한 동질감을 느낀 것 같다. 그리고 재판 과정을 통해 그도 성장한다”고 정인후 캐릭터에 관해 설명했다.
조정석은 정인후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외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는 “당시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마치고 잠시 쉬던 시기였다. 살이 좀 쪄서 추 감독님께 좀 빼서 오겠다고 했더니 그대로 찍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파일럿’보다 듬직하게 나온다. 피부 톤도 제가 하얀 편인데 영화 성격에 맞춰 흙 감자처럼 어둡게 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암살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배경으로 하지만 조정석은 정치성보다는 변호사 직무와 자신이 변호하는 박태주라는 인물 자체에 몰입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정인후는 이 사람을 살려야만 하는데 재판이 신군부에 의해 그렇게 흘러가지 못하니까 너무 답답해한다. 그런 정인후를 연기하는 인간 조정석도 안타깝고 답답했다”고 했다. 이어 “박태주는 10·26 사건의 박흥주 대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인데, 나름 공부해보니 군인으로서 청렴하고 모범적인 분이었더라. 그래도 그에 의해 희생된 이들이 있지 않나. 저는, 꼭 살아남아 희생된 분들을 위해 사과하고 사죄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봤다. 그게 맞는 것 같다”며 당시 단심제 군사재판으로 사형집행을 당한 박 대령에 대한 심정을 전했다.
▮삼형제처럼 지낸 현장
‘행복의 나라’에 참여한 배우와 스태프는 박태주 역을 맡은 고 이선균, 합수단장 전상두 역을 맡은 유재명, 그리고 조정석이 마치 삼형제처럼 지냈다고 입을 모은다. 그만큼 친하게 지냈다. 조정석은 “이번 작품이 유독 더 그랬던 것 같다. 기회 있을 때마다 ‘배우들의 호흡 좋았다’고 말씀드렸는데, 이상할 정도로 특별한 대화 없이 눈만 마주쳐도 마음을 알 수 있었던 끈끈한 현장이었다. 더 마음 편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저도 모르는 새로운 얼굴이나 새로운 호흡이 나온 것 같다”고 특별했던 배우들 간의 호흡을 설명했다.
그리고 “정말 셋이 되게 재미있게 잘 놀았다. 그러니까 카메라 앞에서, 카메라 밖에서 말이다”고 덧붙였다.
그랬기에 고(故) 이선균과의 추억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조정석은 “선균 형과는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는 말 없이 연기에 들어가도 자연스럽게 잘 맞았다. 촬영 끝난 후에도 너무너무 즐거웠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실은, 영화를 보며 제대로 보지 못할까 봐 선균이 형에 대한 생각을 배제하고 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 형과 취조실에서 하이파이브하는 장면을 보며 한순간 무너지더라”며 함께 하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드라마 ‘질투의 화신’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이어 세 번째 호흡을 맞춘 유재명에 대해서는 “형님과 세 번째 작품을 하는 데도 전상두 분장을 하고 나타났을 때 그 분위기에 굉장히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형님을 잘 아는데 이전에 볼 수 없던 눈빛이어서 좀 무섭고 신기했다”고 떠올렸다. 특히 정인후가 변호인단 상견례 이후 전상두와 복도에서 독대하는 장면에서 유재명이 예상과 달리 큰 소리로 호통치지 않고 냉소적인 눈빛으로 조곤조곤 말해 놀라웠음을 전했다.
▮예능 ‘신인가수 조정석’
조정석은 8월의 마지막을 ‘신인가수 조정석’으로 마무리한다. ‘신인가수 조정석’은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음악에 진심인 20년 차 배우 조정석의 신인 가수 데뷔 프로젝트다. 이미 뮤지컬을 비롯해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가창 실력을 보여준 조정석이 ‘진짜’ 가수로 데뷔하는 것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의 시작은 ‘꽃보다 청춘’ 아이슬란드 편이다. 그 예능을 촬영한 감독님, 작가님하고 계속 끈끈하게 잘 지내왔는데 식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하다가 틈날 때 음악 습작을 한다고 했다. 제 오래된 지인들은 제가 아주 오래전부터 그러는 걸 알지만 그분들께는 생소한 얘기였고 그게 너무 좋았나 보다”며 ‘신인가수 조정석’ 탄생 과정을 설명했다.
‘신인가수 조정석’은 예능이지만 실제 조정석이 직접 작사·작곡한 곡으로 앨범이 채워지며, 자작곡 평가부터 대망의 데뷔 쇼케이스, 뮤직비디오 제작 등 신인 가수 데뷔를 위한 고군분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아내인 거미를 비롯해 정상훈 문상훈 아이유 윤종신 김이나, 99즈 멤버(김대명 정경호 유연석 전미도), 박효신. 다이나믹 듀오, 공효진까지 레전드 멘토의 월말평가와 애정 어린 조언이 담긴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이 바탕이 된 음악이다. 테마가 있지만 그건 지금 말씀드리지 못한다”며 본방 사수해 주길 바랐다.
그리고 이번 앨범과 프로젝트가 좋은 결과를 보여 ‘2집 가수 조정석’을 하고 싶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자신의 행복은 ‘가족’이고, 모두가 평안하고 화목했으면 좋겠다”는 조정석. 사람들은 그의 연기를 보며 웃음과 감동을 받기에 조정석은 대중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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