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 무산 위기...홍준표 “장기과제로 돌려 갈등 수습”
홍준표 시장, 성토장이 된 경북도의회 “유감”
이철우 경북도지사 “중단없이 진행돼야”
대구시와 경북도를 하나로 합치는 행정 통합 작업이 사실상 무산됐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구경북 통합 논의를 장기 과제로 돌리겠다”고 입장을 밝히면서다.
홍 시장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경북도의회가 대구시장 성토장이 된 것은 유감이고, 최종 시한이 내일(28일)까지지만 (행정 통합에 대한)도의회 동의는 어려울 것 같다”며 “대구경북 통합 논의는 장기 과제로 돌리고 우리는 대구 혁신에만 집중하는게 갈등을 수습하는 방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을 지지해주신 시도민들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는 지난 2020년부터 시작됐으나 주민 호응이 적고 정치권 이해 관계가 달라 무산된 바 있다. 그러다 지난 6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우동기 지방시대위원회 위원장 등이 회담을 갖고 2026년 7월 통합 자치단체를 출범하고 올해 안에 특별법을 제정하자는 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급물살을 타던 행정통합은 통합 자치단체의 청사와 관할구역 문제, 시민 동의 방식 등을 두고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대구시는 통합 이후 대구시청, 안동에 있는 경북도청에 더해 경북 동부를 맡는 포항시청 등 청사 3개를 두고 대구권·경북 북부권·동부권 등으로 시군을 나누어 관할하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경북도는 지금의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을 각각 통합 청사로 두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통합 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해 시·군 자치권을 높이자고 맞섰다. 또 대구시는 광역의회 동의 절차로 시민의 뜻을 확인하면 된다는 입장이었지만, 경북에서는 주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구시는 26일 통합자치단체의 청사 소재지 및 관할 범위, 지역 의견 수렴 방식, 시·군의 권한 축소 또는 확대, 소방본부 직제 등 그동안 경북도와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한 사항들에 대한 최종안을 경북도에 제안했다. 당초 대구시는 대구, 경북 북부, 경북 동부 등 3개 청사를 두고 관할구역을 법안에 명기하도록 제안했지만, 경북도의 입장을 반영해 법안에서 삭제하는 등의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28일까지 이런 내용이 합의되지 않으면 장기과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열린 경북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통합 추진 과정에 대한 대구시의 행정을 비판하는 여론이 들끓자 홍 시장이 통합 중단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의회 박성만 의장은 “무릇 정치인은 말 한마디를 할 때 바윗덩어리보다 무거워야 한다”며 “260만 도민을 대표해서 대구·경북 통합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거나 신중하지 못한 언사에 대해서 도의회를 대표하고 도민을 대표해서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말했다.
김일수 도의원은 “대구시가 주장하는 시도의회 의결은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 광역 단위로는 최초의 사례라는 역사적 의미로 보나 주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500만 시도민의 의사를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고, 이형식 도의원도 “대승적 차원에서 행정통합에 찬성하지만, 지금 추진되는 행정통합은 시도민 없이 두 단체장만의 대화로 2026년 7월 통합자치단체 출범만을 목표로 마치 속도전 하듯 졸속으로 추진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오후 홍준표 대구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구·경북통합 중단 의사와 관련해 입장문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중단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저출생 등 우리나라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국가 대개조 사업”이라며 “특히 수도권 일극체제를 벗어나 다극체제를 만들어 지방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구경북이 앞장서서 향정통합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지사는 “행정통합은 다양한 분야가 서로 얽혀 있는 매우 복잡한 문제로 진행 과정에 난관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합의 조정이 중요하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문제보다 더 큰 난관이 있을 수 있지만 서로 협의하고 조정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고 미래세대를 위해 대구경북 통합의 길을 열어가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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