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없으면 펀드 못 팔아요"…운용사 판매채널 1위 모두 `계열 증권사`
상품 투자 매력도 저하 등 연유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여전히 펀드 판매를 계열 증권사와 은행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H아문디의 경우 전체 설정액의 절반을 NH투자증권과 NH농협은행을 통해 팔았다.
업계에서는 계열사 판매 비중 증가는 운용사의 펀드 상품에 대한 투자 매력이 떨어져 계열사 외에는 판매해주지 않거나, 판매사가 의도적으로 계열사를 밀어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계열 증권사를 보유한 대형 자산운용사 10곳(KB·미래에셋·삼성·신한·NH아문디·키움·한화·한투·IBK·하나) 가운데 키움증권을 제외한 9곳은 계열 증권사에 상품 판매를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 기준 펀드 설정잔액이 가장 큰 KB자산운용은 전체 61조8000억원 가운데 약 14조원(22%)을 KB증권을 통해 팔았다. KB국민은행(8조5000억원·13%)까지 더하면 전체 설정액의 3분의 1을 계열사에 의존해 판매한 셈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역시 전체 설정액(57조3300억원)의 33%를 미래에셋증권을 통해 팔았다. 계열사를 제외한 판매채널 가운데 가장 큰 곳의 비중은 3%(NH투자증권)에 불과했다.
이밖에 삼성자산운용은 삼성증권이 22%를 차지했고, 신한자산운용도 신한투자증권과 신한은행에 전체 잔액의 28%를 의존했다. IBK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한투운용도 계열 증권사나 은행을 통해 전체 잔액의 15~30%를 판매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만 계열 증권사인 키움증권이 아닌 미래에셋증권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계열사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곳은 NH아문디자산운용이었다. 다른 운용사가 20~30% 수준인 반면 NH아문디는 전체 38조6000억원 가운데 18조3000억원(46%)을 NH투자증권과 NH농협은행을 통해 판매했다. NH선물도 전체의 2%를 판매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펀드를 처음 설정할 때 판매할 곳을 찾는데 폐쇄형인 사모펀드의 경우 계열사를 가장 먼저 찾아가고, 나머지 판매처를 찾다 필요 자금을 다 채우지 못했을 때 가장 마지막에 다시 찾아가 나머지 자금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모도 결국 계열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이 가장 쉬운 선택지지 않겠냐"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운용사가 상품 판매를 계열사에 의존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국 운용사의 성장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판매회사에 어필할 수 있는 상품 개발을 막고 영업 능력도 키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계열사의 금융 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설명서와 동의서 징구 등 추가 절차가 있어 영업점이 계열사 상품 판매를 꺼리는 상황에서도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상 계열사의 밀어주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NH아문디운용 관계자는 "머니마켓펀드(MMF) 같은 단기 자금이 많아 비중이 더 높게 나온 측면도 있다"며 "계속해서 판매 채널 다각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법으로 정해진 한도를 넘기면서까지 계열사 펀드를 판매해준 증권사도 있었다.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계열사펀드 판매 비중 상한은 25%다.
미래에셋증권은 계열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멀티에셋자산운용의 펀드를 각각 28%씩 판매했다. 신한은행도 신한자산운용 전체 펀드 판매금액의 26%를 판매해 상한을 넘긴 상태다.
해당 기준은 연말에 전체 펀드 판매액을 기준으로 적용돼 향후 신규 펀드에서 판매 비중을 낮추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작년 연말에도 수치상 해당 기준을 넘긴 곳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현재 금투협이 공시하는 계열사펀드 판매현황의 경우 판매사가 직접 신고한 내용만 담기는 만큼, 실제 판매금액은 해당 비율을 넘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금융당국이 '계열사 상장지수펀드(ETF) 밀어주기' 조사에 나섰지만 조사 대상이 ETF에 한정돼 이같은 내용은 확인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고의나 과실 누락이 금융당국에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과징금에 그쳐 실효성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과거에도 계열사 펀드를 팔고도 신고를 누락해 법적 상한 기준을 맞추는 사례가 많이 적발됐다"며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취지에 맞게 처벌 수위를 높여 이를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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