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부진 깊은데 ‘예산 옥죄기’…윤 “전 정부 채무늘려 일하기 어렵게 해”

최하얀 기자 2024. 8. 27.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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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정부 예산안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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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회복 지연이 뚜렷한 상황에서도 정부가 고강도 긴축 예산안을 내놓은 배경엔 현 정부의 ‘건전 재정’ 집착과 함께 감세 정책에 따른 세수 기반 약화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 예상보다 세수가 늘어나지 않으면서 스스로 잡은 지출 계획도 큰 폭으로 수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긴축 예산 편성의 책임을 전임 정부에 떠넘겼다.

유례 없는 초강도 긴축 예산 이어가는 윤 정부

정부가 27일 확정·발표한 2025년 정부 예산안의 총지출 증가율은 3.2%다. 2005년 재정 통계 정비 이후 역대 최저 총지출 증가율(2.8%)을 보였던 2024년 예산안보다는 높지만, 정부가 전망한 내년 경상성장률(4.5%)에 견줘 1.3%포인트 낮다. 강도는 약해졌으나 2년 연속 긴축 예산을 편성했다는 뜻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을 기준으로 따져본 연평균 총지출 증가율은 3.9%다. 문재인 정부(8.6%)는 물론, 박근혜(4.2%)·이명박(6.3%) 정부 때보다도 낮다. 현 정부 집권 기간 물가 상승률이 다른 정부 때보다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현 정부가 예산을 얼마나 옥죄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기는커녕 부진 흐름을 보이는데도 정부가 예산을 긴축적으로 편성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해명에는 항상 ‘문재인 정부’가 등장한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지난 정부는 5년 동안 400조원 이상의 국가채무를 늘렸다. 재정 부담이 크게 늘면서 정부가 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임 정부가 저지른 일 뒷수습 차원에서 예산을 짜게 편성했다는 취지다.

스스로 줄인 예산

긴축 예산 편성을 전 정부 때 늘어난 국가채무 탓만으로 보기 어렵다. 현 정부 들어 잇따라 단행한 대규모 감세 정책에 따라 부족해진 세수와 엉터리 세수 예측이 총지출을 끌어내리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구체적으로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22년 말 정부가 추산한 ‘2025년 총지출 예상액’은 2025년 예산안보다 약 21조8천억원 많으며, 지난해 추산액도 10조원 더 많다. 총지출 예상액에 견줘 실제 편성액이 크게 줄어든 건 다름 아니라 지출 재원인 재정수입(총수입) 예상액이 빠르게 줄어들어서다. 단적으로 두해 전 정부가 추산한 내년도 총수입 예상액은 이번에 발표한 세입예산보다 33조8천억원이 더 많다.

재정수입 예상액의 큰 폭 감소는 정부의 ‘전망 실패’ 탓도 있지만, 2년여간 이어진 공격적인 감세 정책의 부메랑 성격이 짙다. 국세 수입에서 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 국세감면율이 약 16%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건 단적인 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전제하고 예산안을 짰는데, 여기서도 감세 영향은 확인된다. 최고세율을 대폭 깎겠다고 한 ‘상속세 및 증여세’ 내년 세수를 정부는 12조8천억원으로 예상했는데, 올해(본예산 기준)보다 1조9천억원 적은 규모다. 증권거래세 세수 전망액(3조8천억원)도 세율 인하(0.18%→0.15%)를 반영해 올해보다 1조5천억원 감소할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재정 건전성은 잡았나?

현 정부가 금과옥조로 여기는 재정 건전성도 위태롭다. 재정 적자가 정부 예상보다 더 불어나고 있다. 정부는 내년 재정적자(관리재정수지 기준) 규모를 77조7천억원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지난해 한 예상치보다 5조5천억원 더 많다. 애초 계획보다 지출을 크게 줄였음에도 적자가 불어나는 셈이다.

정부가 눈속임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2025년 예산안을 발표하며 재정적자 비율(2.9%)이 재정준칙상 목표(3.0%)보다 낮은 점을 강조해서다. 재정적자 비율은 재정적자액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백분율인데, 최근 한국은행의 지디피 산정 방식 개편(기준년 2015년→2020년 조정)에 따라 기존보다 분모가 자동적으로 커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종전 방식(기준년 2015년)으로 보면 재정적자 비율은 3.2%”라며 “나아가 올해 국세수입 결손 규모가 실제 어느 정도 되냐에 따라 적자 규모는 (정부 예상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조세재정연구원은 올해 세수 결손 규모를 약 23조원으로 내다봤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안태호 기자 eco@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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