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DT인] "이상동기범죄 막을 촘촘한 입법 필요… 아동청소년기 심리 지원 절실"
범죄 이면에 대부분 방치된 정신건강 어려움 숨어 있어
"약자 보호 도움 되는 연구하려 노력… 스토킹이 대표적"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는 '묻지 마 잔혹 범죄'들의 이면에는 대부분 방치된 정신건강의 어려움이 숨어 있다. 형사사법제도와 정신건강 시스템을 촘촘히 할 수 있는 입법이 꼭 필요하다. 특히 아동청소년기 심리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최근 4·10 총선에서 빨간 점퍼를 입고 경기 수원정 지역구 출마를 했던 이수정(사진) 교수는 선거 이후 경기대로 복귀해 현재 2학기 강의 준비에 한창이다. 그는 "석·박사과정생들 논문을 지도하고 있다. 물론 수원정 지역의 당협위원장을 맡아 지역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고 자신의 근황을 밝혔다.
이 교수는 연세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대(통계학)와 연세대(사회심리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텍사스 샘휴스턴주립대 형사사법대학 교환교수로 재직하며 범죄심리학 분야를 한국에 들여왔다. 범죄 정책을 수립하는 각종 위원회 활동을 하면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그알) 등 미디어에도 자주 출연해 대중에 얼굴을 알렸다.
학교에서 열성적으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는 이 교수는 자신의 강의에서 강조하는 부분에 대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범죄의 본질을 이해시킴으로써 범죄자의 교화와 피해자의 회복이 이뤄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나아가 형사사법 시스템의 개선점에 대해 고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매년 전국의 교도소, 소년원, 보호소 등을 돌아다니며 재소자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이 교수는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와 관련해 "이상 동기 범죄자들을 만났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인사동 방화범이나 오패산 터널 총격범들과의 면담에서 느낀 점은 스스로를 모두 '피해자'로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빈곤이 범죄의 원인이기보다는 개인이 느끼는 피해의식이 보다 근본적인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만일 이들의 어릴 때부터의 심리 불안정에 개입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면 미리부터 무고한 피해자의 인명 손실을 예방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고민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체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라며 후회에 찬 발언들을 할 때가 가장 허탈한 느낌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간 맡았던 사건들 중 가장 마음이 아팠던 사건에 대해선 "대부분 피학대 여성의 배우자 살인 건들인데, 항소심에서 전문심리위원으로 참여하여 법정 증언을 했던 사건들"이라며 "이제는 형사 피해자들도 변호사들을 두고 적극적인 대응을 하게 됐으나 과거에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신고를 해도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결국 생사를 넘나드는 폭력 피해들이 묵고 묵어 피해자 가해자가 뒤바뀌는 사건들이 되는 것"이라면서 "매 맞는 아내증후군 등 심리학적인 매커니즘을 재판부에 세세하게 설명해 보다 합리적인 판결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피고인에 대해서도 피해자에 대해서도 가슴 아픈 사건들이었다"고 했다.
그간 여성을 대상으로 일어나는 범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온 이 교수는 "교제폭력 및 살인사건들은 아직 보호법제가 충분히 입법되어 있지 않아 정비가 필요하다"며 "최근 급속히 늘어나는 사이버 범죄들에 대해서도 피해 구제를 위한 폭넓은 노력(피해 복구를 위한 손해배상 소송)이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 보면 예방교육을 보다 촘촘히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연구 족적을 묻는 질문에 이 교수는 "약자 보호에 도움이 되는 연구, 그리고 활동을 하려고 해왔다. 기존의 틀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더라도 미래 세대에게 필요할 것 같은 주제를 찾아 법과 제도로써 구현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왔다. 스토킹이 범죄일 수 있음을 인식시키려는 노력들이 그것"이라며 "폭력의 심화 전 미래부터 개입하는 것인 궁극적으로는 약자들의 생명 보호에 현저한 도움이 된다"고 역설했다.
향후 인생 목표에 대해선 "남아 있는 일할 수 있는 기간 동안 무엇이 됐더라도 공공안전을 위한 심리학적 이바지에 일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교수는 그간 자신의 노력보다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몸을 낮췄다. 그는 "지난 날을 돌아보면 과분한 평가를 받았다는 생각도 든다"면서 "2019년도 BBC 선정 세계 100인의 여성에 선정됐던 일도 제겐 과분한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남은 시간들도 기존의 제도나 시스템으로는 잘 포착되지 않는 곳을 살펴보고 분석하고 변화를 위한 대안을 찾아보려 한다"며 "비록 시류를 타는 쉬운 선택이 아니더라도 묵묵히 마음의 소리를 따라 가다 보면 길이 보이리라 믿고 있다"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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