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흥시의 잘못된 그린벨트 행위허가 '불법행위 조장'
경기 시흥시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의 임야에 대한 행위허가를 잘 못 내줘 그린벨트 훼손을 조장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흥시는 2013년 10월 월곶동 그린벨트에 실외체육시설 허가를 내줬고, 약 9년이 지난 2022년 3월 이 시설을 사용승인했다.
당시 허가된 실외체육시설은 어린이용·유아용 수영장 각 1개씩과 배드민턴장 2개, 족구장 2개, 2층 규모의 부속건물(화장실, 샤워실, 휴게실), 주차장(20대)이다.
현재 이곳은 체육시설(운동시설)이 아닌 영리 목적의 놀이시설(물놀이장 등)로 이용되고 있다.
그린벨트 내 허용된 체육시설은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육시설법)'에 따라 행위허가 및 관리돼야 한다.
반면에 놀이시설은 그린벨트에는 허용되지 않고, '관광진흥법'에 따라 유기시설(遊技施設)이나 유기기구(遊技機具)를 갖춘 유원시설업으로 분류된다.
도로와 대지 접도 규정에 맞지 않는 허가
일반적으로 건축을 하기 위해서는 4m이상 도로에 2m이상 접해야 한다.
이 체육용지는 현재 6m이상 도로에 2m가 접해 있고, 허가나 사용승인 당시 설계도서에는 이 체육용지와 도로가 4.34m 접한 것으로 돼 있어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시 토지정보과에 따르면, 이 이 용지는 허가 당시 도로에 접한 부분이 2m도 안됐고 2021년 지적재조사가 완료되기 전이나 후 모두 2.01m만이 도로에 접하고 있다.
행위 허가를 내준 건축관리과는 "지적재조사로 선형이 변했기 때문에 현재 지적도는 2m만 접해 있다"고 주장했지만, 토지정보과는 "선형이 변하기는 했지만 허가 당시 도로에 접한 부분은 2m도 안됐다"고 말했다.
또한 이 체육시설에는 2층 규모의 부속건축물이 축조됐다. 그러면서 20대 규모의 부설주차장을 조성했다.
건축감리사에 따르면 법정주차대수는 6대다. 주차장법은 8대 이하의 부설주차장의 경우 차로의 너비는 2.5m이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이 체육시설 용지는 최소한 도로 접도부분이 2.5m는 돼야 한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이 용지 앞의 도로는 지목이 밭에 만들어진 현황도로며 길이가 35m 이상인 '막다른 도로'다.
건축법상 도로와 대지의 규정을 보면, 도시지역의 막다른 도로의 경우 대지와 접한 도로의 너비는 6m이상 돼야 건축행위가 가능하다.
막다른 도로 규정을 간과하고, 최소 4m이상 도로에 2m이상 대지에 접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4.34m가 접했다는 설계도서가 시에 제출됐다.
사문서에 대해 공무원이 인준·확인한 경우 그 문서는 공문서가 된다. 그러므로 이 설계도서는 공문서위조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
허가를 담당한 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규정에 따라 설계를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으며, 건축감리사는 "허가난 대로 건축됐는지 만을 판단했다"고 말했다.
참고로 허가 당시 이 일대는 모두 한 사람 소유였다. 항공사진(아래)에서 볼 수 있듯이 허가 이전부터 이 일대 임야와 밭은 불법 개발행위가 있었다.
허가 없이 수년에 걸쳐 임야와 밭에 만들어진 길을 현황도로로 인정하는 것도 한 번 짚어볼 일이다.
시민 K씨(50대)는 "허가 없이 수년에 걸쳐 자신의 임야와 밭에 길을 만들었는데, 이를 현황도로로 인정하는 것도 이해가 안간다"면서 "개발제한구역법에 따라 불법행위를 단속해도 부족한데, 오히려 시흥시는 개발행위허가를 무리하게 내줘 '개발제한구역법' 취지를 훼손했다"고 비난했다.
체육시설법에 맞지 않은 허가
공공이 아닌 일반이 그린벨트내 실외체육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체육시설법'에 따른 체육시설이어야 한다.(개발제한구역법 제12조, 체육시설법 시행령 별표1)
당시 허가부서인 건축과는 그린벨트내 설치할 수 있는 실외체육시설인지 여부를 묻기 위해 담당부서인 체육진흥과에 협의를 구했다.
이에 대해 체육진흥과는 "해당 체육시설은 '체육시설법'에서 정하는 신고체육시설업이 아니므로 협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인근 지자체 담당자는 "이 체육시설은 '체육시설법'에서 정하는 운동시설로 봐야 하고 협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체육시설법'에서 정하는 운동시설이 아니면 그린벨트에는 설치할 수 없고, '체육시설법'에서 정하는 운동시설이면 그린벨트에서도 주민의 주거·생활편익 및 생업을 위해 설치 가능하다는 의미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과는 체육진흥과의 의견을 무시하고 건축허가(행위허가)를 내줬다.
이 잘못된 허가에 따른 사용승인으로 이 일대 그린벨트는 현재 각종 위법행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도 위법행위 단속 민원이 끊이지 않지만, 체육진흥과는 여전히 "이 곳에 설치된 수영장, 족구장, 배드민턴장 등은 '체육시설법'에 따른 운동시설이 아니다"라며 "단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 시설의 운영자도 마찬가지로 "'체육시설법'에서 정하는 수영장 등이 아니기 때문에 시에 신고 할 필요가 없다"면서 "시로부터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 영업행위는 정당하고 허가 또한 문제없다"고 말했다.
즉, 그린벨트에서 할 수 있는 '체육시설법'에 따른 '실외체육시설'로 행위허가를 받았지만, 사용승인이 나자 '체육시설법'에 따른 체육시설이 아니라는 이율배반적 태도라 할 수 있다.
한편, 법제처는 2013년 9월 "개발제한구역에서의 실외체육시설(야외수영장) 설치 주체에 대해 별도로 제한하고 있지 않으나, 실외체육시설을 개인이 영리목적으로 설치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놨다.(법제처 홈페이지 법령 정보센타 안건번호 13-0229)
불법행위에 대한 원상복구 없는 허가
또한 이 일대 2009년 항공사진을 보면 이미 개발행위가 있었다.
시흥시 확인 결과 이 개발행위는 허가 없이 이뤄졌으며, 일부 불법적인 개발행위(철파이프조 창고, 컨테이너, 족구장, 주차장 등)는 2013년 행위허가 전 단속도 됐었다.
일반적으로 이미 불법 행위가 있는 곳에 대한 개발, 건축, 점용 등의 허가를 하기 위해서는 선(先) 원상복구가 원칙이다.
이에 대해 시흥시 확인을 요청했으나, 현재까지 선 원상복구가 됐다는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신뢰할 만한 원상복구 없이 건축허가가 나간 것으로 추정되며, 그렇다면 이에 대한 건축허가는 위법이라 할 수 있다.
[박진영 기자(bigmanjyp@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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