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원전·K콘텐츠 투자 지원… R&D예산 사실상 ‘원상복구’ [2025년도 예산안]

안용성 2024. 8. 2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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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주요 내용
4인가구 중위소득 6.4% 오른 609만원
기초연금 월 1만원 올라 34만4000원
반도체 분야 4조 규모 저리 대출 공급
소상공인에 年최대 30만원 배달·택배비
SOC 예산, 유일하게 1조원 줄어 25조
R&D 3조 증액… 삭감 전 대비 ‘+4000억’

내년 정부 예산안의 특징은 ‘긴축’과 ‘민생’이다.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나라살림살이의 적자 폭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 마련한 돈을 민생에 투입한다는 취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에 대해 “당면한 민생과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이 같은 목표로 다양한 민생사업을 추진한다. 생계급여를 역대 최대 규모로 인상하고, 노인일자리도 확대한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영세사업자 배달비도 지원한다. 올해 큰 폭으로 삭감됐던 연구개발(R&D) 예산도 전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반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2대 주요 분야 중 유일하게 올해보다 예산이 삭감됐다.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시스
◆생계급여 월 11만7000원 인상… 노인복지 강화

27일 기재부가 발표한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각종 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6.42% 오른 609만7773원으로 결정됐다.

전년 대비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은 2022년 5.02%, 2023년 5.47%, 2024년 6.09%로, 내년도 6.42%는 역대 최대 인상 폭이다. 내년도 생계급여 월간급여액은 올해 183만3572원에서 11만7715원 오른 195만1287원으로 결정됐다. 연간 급여액으로는 약 141만원이 오르는 셈이다. 정부는 또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탈락 기준을 ‘연소득 1억3000만원 또는 일반재산 12억원 초과’로 완화해 3만 가구 이상이 추가로 지원받게 했다.

노인 복지 강화를 위해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인 110만개 공급한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게 매월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물가 상승을 고려해 33만4000원에서 34만4000원으로 인상한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희망저축계좌’의 정부지원금을 월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인상하고, 저소득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디딤씨앗통장’의 대상을 기초수급자에서 차상위계층으로 확대해 6만7000명 늘린다. 국가장학금 지원대상은 150만명으로 늘려, 전체 대학생 10명 중 7명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사진=뉴시스
◆반도체에 4조3000억원 저리 대출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원전, 방산, K콘텐츠 등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데도 주력한다. 정부는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투자 촉진을 위해 4조3000억원의 저리 대출을 신규 공급한다. 미래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1000억원의 ‘AI 혁신펀드’를 신규 조성한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암 등 도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국형 아르파-H(ARPA-H·보건의료고등연구계획국)’ 프로젝트에 701억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제조 혁신 바이오 파운드리 센터 투자 비용도 기존 2조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늘렸다.
지난 6월 3일 오후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도 강화한다. 우선 내년부터 영세 소상공인에게 연간 최대 30만원의 배달·택배비를 지급한다. 매달 2만5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를 통해 영세 소상공인 67만9000곳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투입 예산은 2037억원이다.
소상공인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지원 3종 세트’도 운영한다. 2조원 규모로 전환보증 중도상환 수수료를 지원하는 한편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4.5% 금리 대출로 전환할 수 있는 대환대출 프로그램도 지속 운영한다.
◆SOC 예산 ‘마이너스’… R&D는 회복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2대 주요 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년 SOC 예산은 25조4825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원 가까이 줄었다. SOC 예산은 윤석열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인 2023년 10.2% 감액됐다가 올해 예산안에서는 3.9% 늘었으나, 2년 만에 다시 3.6%(9597억원) 감액 편성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완공된 도로·철도 노선이 많았고, 신규 노선은 소액의 설계비만 반영되면서 SOC 예산이 다소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덕도, 대구경북 등 8개 신공항 예산은 올해 6978억원에서 내년 1조1505억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산이 964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해(5362억원)보다 80% 증가했다. 대구경북 신공항 예산은 올해 100억원에서 내년 667억원으로, 새만금 국제공항 예산은 384억원에서 632억원으로 증가했다. 제주 제2공항 예산으로는 올해보다 63억원 늘어난 236억원을 편성했다. 지방 도시철도 투자도 늘린다.

올해 대규모 삭감 사태를 겪은 R&D 예산은 내년에는 증액 편성됐다. 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29조7000억원 책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3조1000억원(11.8%) 늘어난 액수지만, 삭감 전인 지난해와 비교하면 4000억원(1.3%) 늘어난 수준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다.

세부적으로는 우선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분야에 2030년 글로벌 3대 강국(G3)을 목표로 올해 대비 7000억원 늘어난 3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차세대 AI 생태계, 범용 인공지능(AGI) 기술개발 등에 1조2000억원을, 바이오 분야에는 2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3대 게임체인저를 포함한 전략기술 분야에는 올해보다 1조7000억원 늘어난 7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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