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원전·K콘텐츠 투자 지원… R&D예산 사실상 ‘원상복구’ [2025년도 예산안]
4인가구 중위소득 6.4% 오른 609만원
기초연금 월 1만원 올라 34만4000원
반도체 분야 4조 규모 저리 대출 공급
소상공인에 年최대 30만원 배달·택배비
SOC 예산, 유일하게 1조원 줄어 25조
R&D 3조 증액… 삭감 전 대비 ‘+4000억’
내년 정부 예산안의 특징은 ‘긴축’과 ‘민생’이다. 고강도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나라살림살이의 적자 폭을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 마련한 돈을 민생에 투입한다는 취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 예산안에 대해 “당면한 민생과 경제·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27일 기재부가 발표한 2025년 예산안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각종 복지사업의 기준이 되는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6.42% 오른 609만7773원으로 결정됐다.
전년 대비 기준 중위소득 증가율은 2022년 5.02%, 2023년 5.47%, 2024년 6.09%로, 내년도 6.42%는 역대 최대 인상 폭이다. 내년도 생계급여 월간급여액은 올해 183만3572원에서 11만7715원 오른 195만1287원으로 결정됐다. 연간 급여액으로는 약 141만원이 오르는 셈이다. 정부는 또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탈락 기준을 ‘연소득 1억3000만원 또는 일반재산 12억원 초과’로 완화해 3만 가구 이상이 추가로 지원받게 했다.
노인 복지 강화를 위해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인 110만개 공급한다. 65세 이상 중 소득 하위 70%에게 매월 지급하는 기초연금은 물가 상승을 고려해 33만4000원에서 34만4000원으로 인상한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고 원전, 방산, K콘텐츠 등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는 데도 주력한다. 정부는 ‘수출 버팀목’인 반도체 분야의 대규모 투자 촉진을 위해 4조3000억원의 저리 대출을 신규 공급한다. 미래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인공지능(AI) 분야에서는 1000억원의 ‘AI 혁신펀드’를 신규 조성한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2대 주요 분야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내년 SOC 예산은 25조4825억원으로 올해보다 1조원 가까이 줄었다. SOC 예산은 윤석열정부가 편성한 첫 예산안인 2023년 10.2% 감액됐다가 올해 예산안에서는 3.9% 늘었으나, 2년 만에 다시 3.6%(9597억원) 감액 편성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완공된 도로·철도 노선이 많았고, 신규 노선은 소액의 설계비만 반영되면서 SOC 예산이 다소 줄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덕도, 대구경북 등 8개 신공항 예산은 올해 6978억원에서 내년 1조1505억원으로 늘었다. 이 가운데 가덕도신공항 건설 예산이 964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해(5362억원)보다 80% 증가했다. 대구경북 신공항 예산은 올해 100억원에서 내년 667억원으로, 새만금 국제공항 예산은 384억원에서 632억원으로 증가했다. 제주 제2공항 예산으로는 올해보다 63억원 늘어난 236억원을 편성했다. 지방 도시철도 투자도 늘린다.
올해 대규모 삭감 사태를 겪은 R&D 예산은 내년에는 증액 편성됐다. 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29조7000억원 책정했다. 이는 올해보다 3조1000억원(11.8%) 늘어난 액수지만, 삭감 전인 지난해와 비교하면 4000억원(1.3%) 늘어난 수준으로,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라는 평가다.
세부적으로는 우선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 분야에 2030년 글로벌 3대 강국(G3)을 목표로 올해 대비 7000억원 늘어난 3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차세대 AI 생태계, 범용 인공지능(AGI) 기술개발 등에 1조2000억원을, 바이오 분야에는 2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3대 게임체인저를 포함한 전략기술 분야에는 올해보다 1조7000억원 늘어난 7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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