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짐의 미학…김춘환 개인전 ‘Undercurr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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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하자면 '그것'은 잡지다.
글도 있고 사진도 있고 그림도 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잡지가 맞다.
그런데, 처음엔 '그것'이 잡지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작품 속 '그 잡지'는 구겨지고 잘라지고 접혀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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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말하자면 ‘그것’은 잡지다. 글도 있고 사진도 있고 그림도 있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잡지가 맞다. 그런데, 처음엔 ‘그것’이 잡지라는 것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잡지 하면 으레 떠오르는 ‘네모반듯한 얇은 종이’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작품 속 ‘그 잡지’는 구겨지고 잘라지고 접혀서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원래의 이미지를 잃은 대신 한 장 한 장의 잡지는 모여 붓이 되었고, 이내 새로운 패턴을 만들어냈다.
김춘환 (56) 작가는 서울대 서양화과를 거쳐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파리8대학에서 조형학과 석사로 졸업했다. 1990년대 중반 파리에 정착한 그는 인쇄물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의 작업은 잡지를 비롯한 인쇄물을 한 장씩 뜯어내 구겨 나무로 만든 패널 위에 빽빽하게 붙이는 데서 시작한다. 이런 종이 덩어리를 자르고 다시 구겨 새로운 형태를 구성한다. 종이를 잘라 붙인다는 점에서 콜라주라고도 할 수 있지만 특정한 이미지를 자르는 것이 아니라 종이 자체의 물성을 이용해 입체감을 만들어내는 점에서 보통의 콜라주와는 다르다. 작가의 의지에 따라 구겨진 인쇄물이지만 접은 것이 아닌 ‘구겨진 것’이기에 우연을 배제할 순 없다. 필연에 우연을 받아들임으로써 만들어진 시각적 화면은 자유롭고 다양하다.
다음 달 21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데이트갤러리에서는 김춘환 개인전 ‘Undercurrent’가 열린다. ‘구겨진 미학’이라는 전시 설명처럼 접히고 오려진 인쇄물이 만들어낸 새로운 미(美)를 담은 작품 19점을 만날 수 있다. 16점의 평면 작품과 함께 입체 1점, 드로잉 2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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