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고 늘리는 패널 소재 옷…투명망토도 곧 가능"

신기술 패션 선보이는 이청청 LIE 디자이너
톱 디자이너 이상봉 아들
LG디스플레이와 협업으로
서울패션위크 '패널 컬렉션'
터치하면 색깔·무늬도 변화
"패널 더 가벼워지고 커지면
소방복·군복 등 특수복 활용
5년후엔 실생활서 입을 수도"

"LG디스플레이 연구원들이 손으로 하나하나 패널을 만드는 것을 보고 이번 컬렉션의 영감을 받았습니다. 신기술을 활용한 미래의 '신장인정신'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죠."

이청청 디자이너(46)가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매장에서 매일경제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상봉 디자이너의 아들로 이상봉 하우스에서 여성 의류 브랜드 '라이(LIE)'를 이끌고 있다. 패션전문학교인 영국의 센트럴 세인트마틴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2017년 뉴욕 패션위크에서 단독으로 쇼를 진행할 정도로 주목받는 디자이너다. 이 디자이너는 다음달 열리는 '2025 봄여름 서울패션위크'에서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로 바쁜 모습이었다. 뉴욕·런던·파리 등 글로벌 패션위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활약하고 있지만 이번 서울패션위크는 더 특별한 의미를 담을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해상도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와 협업한 게 그 배경이다.

이 디자이너는 "패션쇼에서 모델의 얼굴에 패널을 달아 인종을 바꿀 수도 있고, 프릴(주름 장식)과 포켓을 하나하나 터치하면 그래픽이 바뀌는 모습도 보여줄 것"이라며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패널을 통해 엄청난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율을 얻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의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는 종이처럼 접고 구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최대 20%까지 늘어나는 유연성을 지닌 차세대 패널이다. 옷의 디자인으로 활용할 뿐만 아니라 소방복·군복 등 특수복의 기능을 높일 수 있어 패션업계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라이 브랜드가 '삶은 표현이다(Life is Expression)'라는 의미를 담은 것처럼 디스플레이를 통해 여러 개성과 다양성을 표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것이 이 디자이너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초부터 1년 반 넘게 LG디스플레이 연구진과 협업해 이번 컬렉션을 준비했다"며 "그동안은 흰 옷을 입은 모델이 워킹할 때 프로젝터로 다양한 패턴과 디자인을 입혀보는 것에 그쳤는데 이젠 디스플레이로 현실화할 수 있어 설렌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컬렉션 스케치를 한 장 한 장 소개하는 이 디자이너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번 쇼의 주제인 '신장인정신'을 전통과 미래의 만남으로 정의했다. 이 디자이너는 "패스트패션 트렌드에 따라 엄청나게 많은 옷이 만들어지고 버려지는 데다 이젠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누구나 디자인하는 시대가 됐다"며 "그럴수록 기본에 충실한 장인정신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의 이번 컬렉션도 수작업으로 데님 소재를 땋아 만든 옷을 준비했다"며 "전통적인 장인정신이 LG디스플레이의 신기술과 만나 새로운 장인정신의 모습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디스플레이를 도입한 옷은 다양한 색상과 패턴으로 오랫동안 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옷이 무거워지거나 디스플레이 충전이 어렵다는 점은 극복해야 한다. 그는 "지금은 여러 허들이 존재하고 시제품도 안정성 문제가 있어 상용화되려면 엄청난 투자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이번 쇼를 잘 마친 후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길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패널이 더 가벼워지고 커진다면 몸 전체를 감싸게끔 만들어 이른 시일 내에 투명망토와 같은 기술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소방복이나 군인 등 특수복에서도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5년 정도면 이런 패션이 상용화돼 일반 사람들이 실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금이 기자 / 사진 이승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