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국립의료원

2024. 8. 2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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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6·25전쟁 때 연인원이 1023명에 달하는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적십자 의료팀을 부산에 파견해 수많은 전쟁 부상자를 치료하였다.

당시 중립국이었던 스웨덴은 전투병 대신 의료진을 파견한 것이다.

스웨덴 의료팀은 1950년 9월 23일부터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까지 약 2년10개월간 옛 부산상고 자리에서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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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6·25전쟁 때 연인원이 1023명에 달하는 의사와 간호사로 구성된 적십자 의료팀을 부산에 파견해 수많은 전쟁 부상자를 치료하였다. 당시 중립국이었던 스웨덴은 전투병 대신 의료진을 파견한 것이다. 스웨덴 의료팀은 1950년 9월 23일부터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까지 약 2년10개월간 옛 부산상고 자리에서 활동하였다.

그들의 노고와 헌신을 잊지 않기 위해 스웨덴 주재 우리 대사관은 스웨덴 의료팀이 부산에 첫발을 내디딘 9월 23일에 맞춰 매년 참전 용사들을 초대하여 젊음을 바쳐 헌신한 나라,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소개하고 그분들의 노고를 기억하는 행사(9·23행사)를 개최한다. 전후 의료 서비스 확충과 의료진 양성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시기에 의료팀을 파견한 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유럽 3국은 우리 정부 요청에 따라 스웨덴을 중심으로 '스칸디나비아 병원'을 설립하여 5년간 운영하고 난 후 우리 정부에 이양하였다. 3국은 각각 연간 운영비 150만달러도 분담하였다. 이 병원이 바로 지금의 국립중앙의료원이다.

나는 2013년부터 국방부 국제정책관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외국과의 군사 외교를 수행하기 위해 외국 출장을 나갈 기회가 많았는데 매번 방문국의 참전 용사와 만났다. 2015년 1월 스웨덴에서 국장급 국방정책 실무회의에 참석하였을 때 마련된 참전 용사와의 만남에는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 대면한 참전 용사와 달리 나이가 지긋하신 두 분의 여성이 나오셨다. 그중 한 분은 몸이 불편하셔서 딸이 휠체어에 태워 오셨는데, 그분은 조심스럽게 한국전 당시 개인 스토리를 소개하셨다. 참전 용사로 한국에 왔을 때 스웨덴 남성과 만나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는 얘기였다. 남편 되시는 분은 한국에서 철수한 뒤 또 다른 전쟁에 참전하여 한참을 떨어져 지내다가 다시 만나 결혼까지 하셨고 같이 나온 딸을 낳게 되었다는 것이다. 전쟁 중에 피어난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인 로맨스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스웨덴 주재 대사로 일하면서 9·23행사에서 많은 스웨덴 참전 용사를 만나볼 기회가 있었다. 스웨덴 참전 용사들은 지금 80·90대의 고령이시다. 많은 분이 이미 작고하셨고, 생존해 계신 분들도 건강이 여의치 않아 행사에 참석을 못하거나 휠체어에 의존하여 겨우 오시는 분들도 있다. 나는 그분들을 뵐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깊은 감사와 애정을 느꼈다. 한창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을 20·30대 젊은 여성과 남성들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지구 어느 편에 있는지도 모르는 한반도에, 그것도 전쟁이 진행 중인 곳에 스스로 가겠다고 자원한 것은 스웨덴 사람들 정신에 깊이 배어 있는 인류애와 인도주의에 대한 숭고한 정신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산에 남아 있는 스웨덴 적십자 야전병원 기념비를 생각하면서 70년 전 스웨덴 참전 용사들이 만들어준 스웨덴과의 소중한 인연이 오늘날 양국 국민 사이의 깊은 우정과 사랑으로 발전하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정규 전 주스웨덴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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