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경제력이 대학 진학 75% 좌우…입시제도 바꿔야"
부동산·사교육비 해법 제시
"불필요한 논란 불러" 지적도
한국은행이 서울대 등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부모의 경제력과 거주 지역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이들 대학의 신입생을 지역별 입시생 수에 비례해 선발하자고 제안했다.
한은이 과도한 사교육비와 집값 상승, 저출생 문제 등의 해법으로 제시한 이 방안을 정부와 학교가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전문성이 부족한 교육 분야 정책까지 제안해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27일 서울 신림동 서울대에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공동으로 연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5년 서울대의 서울 지역 입학생 정원은 전체 입학 정원(3522명)에 작년 말 서울 지역의 만 17세 인구 비중(16.1%)을 적용한 567명으로 정해진다. 같은 방식으로 부산 지역(비중 5.5%) 신입생은 193명, 광주(비중 3.2%) 신입생은 113명이다.
한은은 다만 1 대 1 대응이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인구 비중의 0.5~1.5배 등으로 대학이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갖고 추진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소득·거주지, 대입에 큰 영향
소득 상위 20% 고소득층 자녀, 상위권대 진학률 저소득의 5배
서울대 18학번 입학생 중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 3구 출신 학생 비중은 12%에 달한다. 전체 고교생 중 강남3구 학생 비중(4%)의 세 배다. 2011년 대학에 입학한 학생 중 고소득층(상위 20%) 자녀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한 비율은 저소득층(하위 20%)보다 5.4배나 높았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입시경쟁 과열로 인한 사회문제와 대응 방안’ 보고서는 대학 입시가 초래하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를 실증적인 연구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상위권 대학 진학률이 부모의 경제력, 이런 경제력이 반영된 거주 지역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한은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신입생을 지역별 학생 수와 비례해 뽑는 ‘지역 비례 선발제’를 정책 대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서울 지역 역차별과 선발 기준 공정성 논란, 기초학력 저하 등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도 많아 정책에 반영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이다.
○고소득층 상위권 대학 진학률 높아
한은은 이번 보고서에서 2011년 상위권 대학(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8개 대학과 그 외 대학 의·치·한·수의대) 입학생과 2018년 서울대 입학생을 대상으로 대학 진학률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2011년 대학에 입학한 학생 중 소득 상위 20% 가구 자녀의 상위권 대학 진학률은 5.9%였다. 소득 하위 20%의 진학률(1.1%)보다는 5.4배 높고, 하위 80%의 진학률(2.2%)보다는 2.7배 높았다.
이들이 중학교 1학년일 당시 수학 성적으로 판단한 잠재력도 소득 상위 20% 자녀가 높았으나 진학률 차이만큼은 아니었다. 한은은 진학률 차이의 25%가 잠재력 차이에 의한 것이고, 75%는 부모의 경제력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8년 서울대 입학생을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도 비슷했다. 학생의 잠재력을 기준으로 서울대 진학률을 추정하면 서울이 0.44%, 비(非)서울이 0.40%로 0.04%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실제 진학률은 서울 0.85%, 비서울 0.33%로 격차가 0.52%포인트로 확대됐다. 진학률 차이 중 8%만 잠재력 차이에 따른 것이었고, 나머지 92%는 부모의 경제력을 포함하는 ‘거주지 효과’로 평가됐다.
한은은 지역 비례 선발제를 적용하면 주요 대학 입시 결과에서 학생들의 잠재력 수준에 따른 진학률과 지역별 진학률의 격차를 좁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가 도입한 지역균형선발과 기회균형선발 전형 입학생의 학업 성취도가 다른 전형에 비해 낮지 않다는 분석 결과도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학번 서울대 입학생 중 수시 지역균형선발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평균 학점이 정시 일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보다 높았다. 지역균형 입학생은 1학년 때인 2019년 평균 3.4점(4.3점 만점)으로 출발해 작년까지 3.6~3.7점의 성적을 거뒀다. 정시 입학생은 평균 3.1점대에서 출발해 2020~2023년 3.4점을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한은법 취지와 안 맞는 정책 제안”
한은의 이런 제안을 두고 교육계 등에선 “교육정책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한은이 현실과 맞지 않은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는 비판 의견이 제기됐다. 한은의 이날 대입제도 개선안은 “효율적인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통해 물가 안정을 도모한다”는 한국은행법 취지와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한은의 정책 제안은 대입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수시 비중을 축소하고 수능을 중심으로 정시 비중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입시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동원 한은 미시제도연구실장은 “서울대의 지역균형선발 제도는 수시와 정시에서 모두 운영되고 있다”며 “특정한 입시 전형에 무게를 두자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순간 모텔주인 될 판"…1000명 전부 "속았다" 초유 상황
- "부모 경제력이 대학 진학 75% 좌우…입시제도 바꿔야"
- "이력서 이렇게 적었더니 대기업 합격"…비결 알아보니
- 손흥민 A매친데 '노매진' 충격…"티켓값 부담스러워요" [이슈+]
- 전쟁 확대에 70조 ‘돈방석’…남몰래 웃는 글로벌 방산업체들
- "지하철서 짧은 치마가 아슬아슬했는데…여성들 좋아하겠네"
- 中 다이빙 스타, 엄마 주려고 휴대폰 샀다가…온 나라가 '발칵'
- "12억이 2000억 됐다" 환호…'사우디 잭팟' 터진 이 회사
- 한국서 한 달 만에 망하고 美 가더니 완판 행진…'대반전'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 "물 없이 세탁기 돌린다니"…LG '꿈의 가전'에 쏟아진 탄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