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전쟁'에 무기 주문 쇄도 세계 방산업체 70조원 현금잔치

자사주 매입 등 주가부양 기대
잉여현금으로 M&A 나설수도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각국 정부에서 무기 주문이 쇄도하면서 추후 3년간 글로벌 방산업체들에 기록적인 규모의 현금이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버티컬 리서치 파트너스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15대 방산업체는 520억달러(약 69조1440억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5대 방산업체는 2026년 260억달러(약 34조4890억원)의 현금을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1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민간 항공기 비중이 크고 최근 일련의 사고로 경영 실적이 악화된 보잉은 제외된 수치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BAE시스템스, 독일의 라인메탈, 스웨덴의 사브 등 국가별 최대 방산업체들의 현금흐름이 총 4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규 미사일과 탄약 주문이 급증한 덕분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중동전쟁, 아시아 지역 긴장 고조 등으로 각국 정부가 국방예산을 늘리면서 방산업체들이 수혜를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와 대만,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 법안을 통해 5대 방산업체와 그 협력사에 130억달러(약 17조2950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배정했다. 영국은 최근 3년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보급 등 군사 원조에 76억파운드(약 13조3450억원)를 투입했다.

방산업체들이 두둑한 현금을 바탕으로 인수·합병(M&A) 기회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인메탈은 이달 초 미국 미시간주에 본사를 둔 군용차 부품업체인 록퍼포먼스와 9억5000만달러(약 1조264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방산업체들이 잉여현금을 활용해 자사주 매입 등 주가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방산업체들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5년 만에 가장 컸다.

로버트 스톨러드 버티컬 리서치 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장부상 현금을 많이 보유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다른 기업 인수도 간단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에 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