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수출과 내수의 엇박자 풀기

파이낸셜뉴스 2024. 8. 2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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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한국 경제가 혼란스럽다. 수출은 역대급인 반면 내수는 매우 어렵다. 수출은 2024년 들어 견조한 흐름을 보여 7월에는 전년동기 대비 13.8%가 증가했다. 무역수지도 36억달러 흑자다. 하지만 내수는 딴판이다. 2024년 2월 이후 자영업자 수가 6개월째 줄어 7월에만 전년동월 대비 6만2000명 줄었다. 2024년 1·4분기 카드 사용금액도 2.7% 감소했다. 전통적으로 한국 경제는 수출이 좋으면 내수도 좋았다. 지금은 엇박자가 나고 있다.엇박자의 원인이 한국 경제가 수출의존형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수출의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낮아진 것을 근거로 든다. 한국의 수출 경제성장 기여도는 2011년 201.6%를 고점으로 계속 낮아져 2015년에는 -10.4%까지 떨어졌다(한국무역협회). 코로나 기간인 2019년에도 4.5%로 저조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는 일시적이다. 2020년의 기여도는 77.8%로 올라섰고, 2023년에는 86.1%(한국무역협회)로 회복했다. 2024년에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과 내수의 엇박자가 지속되면 경제운용이 어려워진다. 내수용 정책을 별도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과 내수의 엇박자를 줄이려면 내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한다. 내수는 소비지출, 기업지출, 정부지출이 늘어날 때 활성화된다. 이 중 정부지출은 정부 빚을 늘리는 부작용이 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에 따르면 한국은 그냥 두어도 정부부채 비율이 2030년 국내총생산(GDP)의 70%, 2050년에는 12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부채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정부지출에 함부로 손대기 쉽지 않다. 이자율을 내리는 방법도 있다. 이것도 여건이 좋아야 가능하다. 한국은행이 염려하는 것처럼 집값을 자극하기 쉬운 때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가장 좋은 방법은 수출이 소비와 기업지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수출이 소비와 기업지출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시차다. 반도체 수출이 잘된다고 당장 이들 분야의 지출이 늘어나진 않는다. 종업원에게 인센티브 주고, 신규 인력을 뽑으며(소비지출), 설비투자(기업지출)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이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엇박자의 다른 요인이 문제다. 한국의 수출은 상당 부분 대기업에 의존한다. 이들이 벌어들인 돈이 중소기업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낙수효과라고 한다. 이것이 막히고 있다. 대기업들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 중소기업들과 협력을 늘리고 있어서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관건이다.

쉽지 않지만 방법은 있다.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첨단분야에서의 수입대체 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하나다. 2019년 일본은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이것을 계기로 정부는 핵심 소재·부품·장비에 대해 국내 기업에 대한 인허가 신속지원과 자금투입을 통해 핵심기술을 확보했다. 유사한 조치를 수입대체 효과가 큰 첨단품목을 중심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경쟁력이 약화된 중소기업들의 기존 사업을 대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신사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다른 하나다. 이를 위해 기업활력법(산업부)과 사업전환법(중기부)이 있지만 인센티브가 약하다. 이것을 강화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한류에 편승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류 덕에 예상치 못한 품목들이 수출 대박이 났다. 2023년 김과 라면 등 농수산식품이 120억달러어치나 수출됐다. 중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을 딛고 화장품도 85억달러어치가 수출되었다. 두 품목만 합쳐도 2023년 조선 수출액 218억달러와 맞먹는다. 이들만 있지 않을 것이다.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는 해외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면 새로운 품목 개발이 가능하다. 태생적 수출형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강화하는 것도 유효하다. 이들 정책은 대기업과 무관한 만큼 내수 직결도가 높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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