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지적장애 아동 성폭행...판사 "가정에서 돌봐라" 황당 판결 왜?

김세령 2024. 8. 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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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8월 27일 (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황근주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누군가의 의견에 쉽게 동의할 수 없는 그런 상황 자주 마주치곤 합니다. 그럴 때면 '그래 그럴 수도 있지. 그 사람 입장에선 그럴 수도 있어' 하고 넘기는 게 정신 건강상 도움이 될 때가 많죠. 그런데 이 사건은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우리 말 가운데 '선처'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형편에 따라 잘 처리한다는 뜻인데 법조계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입니다. 보통 불가피한 사유로 죄를 저질렀다거나 피해자와 합의에 이른다거나 형 집행 중 모범적 행동 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선처라는 말을 쓰곤 하죠. 하지만 성폭행을 저지른 당사자에게 피해자를 보살펴줘야 한다며 선처했다는 재판부의 판결은 글쎄요.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아냈는데요.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황근주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황근주 변호사 (이하 황근주) :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황근주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다뤄볼 사건 같은 경우는 '이게 진짜 있었던 일이 맞아?'라고 생각할 만한, 듣고도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아?' 라고 생각할 법한 그런 사건 아닌가 싶거든요.

◆ 황근주 : 저도 알아보면서도 이게 실제로 있었던 일인지 믿을 수가 없었던 사건인데요. 현실은 영화보다 더하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그런 사건이 아닐까 합니다.

◇ 이원화 : 피해자가 지적장애 아동이었죠?

◆ 황근주 : 그렇습니다. 피해 아동은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는데요. 피해 아동의 부모가 생활고 때문에 더 이상 아이를 직접 돌볼 수가 없게 되어서 친가에 맡겨졌습니다. 아무래도 그래도 피붙이니까 남보다는 잘 돌봐줄 것이다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친가 피붙이들이 피해 아동을 상대로 정말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짓들을 벌인 겁니다.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친할아버지, 큰아빠 두 명의 작은아빠 심지어 사촌까지 무려 10년 넘게 번갈아가면서 피해 아동을 성폭행한 사안입니다. 피해 아동이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고 했잖아요. 지적장애 3급이면은 지능지수, 쉽게 얘기해서 아이큐가 50 내지 70에 해당하는 정도인데요. 어느 정도 교육을 받으면 사회적으로도 그리고 직업적으로도 자립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상대방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 보게 되면 비장애인하고 그 차이점을 잘 못 느끼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교육이나 훈련을 잘 받으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도 가능합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환경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고 케어를 하면 사회에 적응하는 데에도 훨씬 좋은 양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피해 아동의 가정 환경이 이랬기 때문에 제대로 된 케어를 받았을 리가 없었겠죠.

◇ 이원화 : 도대체 이해가 안 갑니다. 어떻게 가족들이 한 명도 아니고 뭐 거의 전부 다 이런 것 같은데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죠?

◆ 황근주 : 피해 아동의 주변에 있던 남자 친척들은 거의 전부 연루가 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일단 피해 아동에게 만행을 저지른 거는 친척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피해 아동이 5살이 되었을 때 피해 아동의 친할아버지가 피해 아동의 몸을 더듬는 추행을 했고요. 피해 아동이 9살이 되던 해에 친할아버지가 먼저 피해 아동의 아버지에게 내가 데려가서 키워주겠다며 자기 집으로 데려가 놓고서는 얼마 안 되어서부터 피해 아동을 강간했습니다. 저는 사실 이 친할아버지라는 사람이 진심으로 피해 아동을 양육해 줄 생각으로 데려간 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고요. 당시 친할아버지가 살던 곳이 충북의 농촌 시골마을이었고, 큰아버지나 작은 아버지들도 친할아버지 주변에서 거주하는 형태였거든요. 어디까지나 제 짐작입니다만 친할아버지는 처음부터 피해 아동을 데려가서 집안일도 좀 시키면서 성적으로도 좀 학대할 의도로 자기가 데려가서 키우겠다고 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원화 : 애초에 범행의 의도를 가지고 접근했다 이렇게 볼 수 있겠다 이거네요. 자기 아들의 딸, 그러니까 손녀를 돌봐주겠다고 데려와 놓고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게 정말 황당합니다.

◆ 황근주 : 이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가 믿기가 어려울 정도인데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피해 아동이 12살이 되니까 당시에 30대 작은 아버지, 그러니까 둘째 작은 아버지가 피해 아동을 성추행했습니다. 피해 아동이 13세가 되었을 때는 40대였던 작은 아버지, 그러니까 첫째 작은 아버지가 벌초를 한다며 피해 아동을 산으로 끌고 가서 강간을 했고, 여기에다 더해서 피해 아동이 16살이 되니까 이번에는 50대였던 큰아버지가 피해 아동을 성폭행했습니다.

◇ 이원화 : 이 정도면 뭐 다 연루된 것 같기는 한데 이게 다인가요?

◆ 황근주 : 이게 다가 아니라 더 있습니다. 이번에는 피해 아동의 사촌 오빠라는 사람이 어른들이 없는 틈을 타서 피해 아동을 성폭행했는데, 이 사촌 오빠라는 사람이 심지어 10대였거든요. 이게 말이 사촌 오빠지 피해 아동하고는 실질적으로 나이 차이가 거의 없는 또래였습니다. 이 피해 아동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겠습니까? 이 천인공노할 가족들은 피해 아동이 임신이라도 하게 되면 자기들이 한 짓이 드러날까 봐 피임기구까지 미리 준비를 해두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 이원화 : 이게 한 두 번으로 그친 것도 아니고 몇 년 동안 이랬다고 하던데요..

◆ 황근주 : 이게 피해 아동이 5살 때부터 시작된 범행이고, 9살 때부터는 계속 이 사건이 밝혀지기 전까지 친할아버지 집에서 거주를 했기 때문에 한 번으로 그칠 리가 없죠. 이 아버지의 경우에는 피해 아동이 5살 때 성추행 범행을 한 이후로 다른 범행은 없었던 것 같지만요. 할아버지로부터 사촌 오빠에 이르기까지 5명은 피해 아동이 9살이던 때부터 16살이 될 때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합니다. 피해 아동한테 "반항하면 쫓아낸다, 니 남동생도 가만두지 않겠다." 이런 식으로 위협을 해가지고 피해 아동이 반항을 못하게 했습니다. 그런데 피해 아동 입장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자기 생계를 전적으로 이 친척들에게 의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달리 도움을 청할 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아니 근데 이 악마 같은 가족들의 만행, 이 범죄는 어떻게 드러난 겁니까? 누가 신고라도 했나요?

◆ 황근주 : 놀랍게도 그렇지가 않습니다. 보통 같으면 일반인의 상식 같으면 그래도 이런 사정을 눈치챈 이웃이라든지 아니면 다른 친척 등 다른 사람에 의해서 구조가 됐었을 것 같은데, 이 사안에서 피해 아동을 구제해 준 것은 피해 아동의 남동생입니다. 남동생은 피해 아동하고는 다르게 완전히 방치가 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남동생이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상담을 받으면서 친척들이 밤마다 누나를 괴롭힌다고 울면서 호소를 한 덕분에 사건이 밝혀지게 된 겁니다. 그리고 피해 아동도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친척들의 만행을 알려야겠다라고 용기를 먹게 된 것 같습니다.

◇ 이원화 : 어린 소녀에게 온전한 울타리가 되어줬어야 할 가족들이 한 명도 아니고 돌아가면서 이런 만행을 저질렀다는 게 이보다 끔찍한 일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더구나 이 피해자의 경우 지적장애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파악한다거나 도움의 목소리를 내기가 더 힘들었을 것 같거든요.

◆ 황근주 : 청취자분들께서도 알고 계시다시피 지적장애가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았으면 상태가 호전되는 경우도 꽤 많은데 피해 아동은 이런 돌봄을 전혀 받지 못했잖아요. 더군다나 생계를 전적으로 친척에게 의존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라면 지적장애가 아닌 사람들도 상황을 벗어날 용기를 얻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피해 아동의 상담을 받은 상담교사가 여성단체와 협의하고 경찰에 신고를 해서 피해 아동을 여성단체에서 운영하는 쉼터로 피신해서 보호를 받게 되었습니다.

◇ 이원화 : 말씀해 주신 이야기 들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러면 짐승보다 더 짐승 같았던 이 가족들, 재판에 넘겨졌을 때 변호사님도 잘 아시겠지만 정말 별의별 사건이 다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재판부도 이 사건 보고 혀를 내둘렀을 것 같거든요.

◆ 황근주 : 친족 간의 성범죄 사건이 적지 않게 일어나기는 합니다만 이 정도로 끔찍한 사건은 처음 봅니다. 아마 재판부도 거의 처음 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이원화 : 그렇죠, 검찰 측에서 당연히 중형을 구형을 했을 것 같아요.

◆ 황근주 : 이때 당시에는 친족 간의 성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기 전이었거든요. 그래서 가해자들은 일반 형법상의 강간이나 강제추행으로 기소가 됐고요. 사촌 오빠는 소년부 송치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형도 형법상의 강간이나 강제추행을 기준으로 구형이 됐습니다. 당시 법정형을 보면 3년 내지 10년 사이의 기준에서 구형이 됐고요. 검찰은 가해자 4명 할아버지 큰아버지, 첫째 작은아버지 3명에게는 징역 5년을, 둘째 작은 아버지에게는 징역 3년을 구형을 했습니다.

◇ 이원화 : 1심 재판 결과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 황근주 : 구형보다 더 놀라운 게 1심 선고 결과입니다. 1심 재판부는 가해자들의 범행 자체가 인륜에 반하고 사회적 비난 가능성도 매우 크고, 더군다나 피해 아동이 이런 일들을 겪다 보니까 가족에 대해서는 두려움이라든지 아니면 적대적 감정의 대상으로 여기는 결과가 수반되었기 때문에 가해자들에 대한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라고 서두를 뗐습니다. 이 얘기만 들으면 재판부가 가해자들에게 중형을 내릴 것처럼 보였는데, 가해자들이 어려운 형편에서 부모를 대신해서 피해 아동을 양육했고, 향후에도 피해 아동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가해자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을 덧붙이면서요. 할아버지의 큰아버지의 첫째 작은 아버지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둘째 작은아버지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습니다. 결국에는 1심 판결이 선고되면서 가해자들이 모두 석방됐습니다.

◇ 이원화 : 전부 다 집행유예가 나왔다는 건데, 아니 피해자를 보살펴야 한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다시 피해자한테 보낸다는 게 말이 되나요?

◆ 황근주 : 제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이 친할아버지라는 사람이나 다른 친척들이 피해 아동을 보살핀다, 양육한다라는 개념으로 데리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떻게 보면 일손도 필요하고 성적으로 학대할 대상도 필요하고 그런 대상의 일환으로 피해 아동을 데리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거든요. 어쨌든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를 하는 바람에 4명 가해자 전원은 석방이 됐습니다.

◇ 이원화 : 물론 판결이라는 게 재판부 재량이고 법 감정과 실제 시민들이 느끼는 감정들은 다른 것들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이건 변호사는 제가 봐도 좀 심하지 않았나 싶거든요.

◆ 황근주 : 이게 더 황당한 거는요. 가해자들이 자기들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판결 선고된 지 며칠 만에 집행유예 판결도 무겁다면서 항소했습니다. 특히 할아버지라는 사람은 자기는 15년 전부터 성기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에 성관계 자체가 불가능하다라면서 범행을 부인했고요. 다른 가해자들도 피해 아동이 귀여워서 쓰담은거지 애정 표현을 어떻게 성폭행으로 볼 수 있냐면서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검찰도 형량이 너무 낮다는 이유로 항소를 했고요. 항소심 재판부는 큰아버지와 첫째 작은아버지에게는 징역 3년의 실형을, 상대적으로 범행 횟수와 정도가 경미했던 둘째 작은 아버지에게는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다만 할아버지의 경우에는 재판 당시 88세 고령이라는 이유로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 이원화 : 사건 X파일 오늘은 7년 동안이나 지적장애 소녀를 성폭행해 온 악마와도 같았던 가족들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이 어린 소녀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목인데요. 지옥과도 같은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못난 어른들을 대신해 미안하다는 말 전하고 싶네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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