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확산에 '돈방석' 앉은 방산업체… M&A시장 눈 돌린다
세계 15대 업체 자유현금흐름
2026년 기준 520억달러 전망
사상 최대 무기 주문량 힙 입어
설비확장 등 몸집 키워나갈 듯
■5년 만에 보유현금 2배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현지시간) 버티컬 리서치 파트너스 분석을 인용해 세계 15대 방산 업체들의 자유현금흐름(FCF)이 2026년 520억달러(약 6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고 보도했다.
520억달러는 2021년 말 기준 이들이 기록한 합계 FCF의 약 2배에 이르는 규모다.
가장 성과가 좋은 업체들은 미 방산 업체들로 예상된다. 미 5대 방산 업체 가운데 보잉을 뺀 4대 업체는 2026년 말 FCF가 260억달러에 이르러 2021년 규모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 방산 업체이자 대표 민간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은 민간 항공기 부문 차질로 인해 이 통계에서 빠졌다.
유럽에서는 영국의 BAE 시스템스, 독일 라인메탈, 스웨덴 사브 등 각국을 대표하는 방산 업체들이 포탄과 총탄 등 탄약, 미사일 신규 주문 등으로 혜택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2021~2026년 FCF가 40% 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방산 업체들은 세계 곳곳의 국지전, 아시아의 군비경쟁 혜택을 보고 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고, 중동에서는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가자 전쟁이 발발한 데 이어 이스라엘이 레바논, 이란과 긴장을 높이고 있다. 또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주변국, 서방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각국이 방위비를 증액하고 있다.
미 국방부의 주문 규모만 해도 엄청나다.
미국은 최근 우크라이나, 대만, 이스라엘에 130억달러 가까운 무기를 지원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록히드마틴, RTX(옛 레이시온), 노스롭그루먼, 보잉, 제너럴다이내믹스(GD) 등 톱 5 방산 업체들이 이 무기들을 공급한다.
영국에서는 영국 국방부가 지난 3년 동안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면서 76억파운드(약 13조원)를 BAE 시스템스 등에 주문했다.
■"M&A 활발하게 진행될 것"
각국의 군비 지출이 늘면서 방산업체들의 수주 규모는 사상 최대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무기를 인도하는 날 매출이 잡힌다는 점에서 계약 증가가 실제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데는 수 년이 걸리지만 현금 흐름은 매출과 관계없이 무기 제작 과정에서 증가하기 때문에 이들 방산 업체는 벌써부터 돈방석에 앉게 됐다.
시장에서는 이 돈을 이들이 어떻게 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버티컬 리서치의 로버트 스톨라드 애널리스트는 "이는 업계에서는 수십억달러짜리 질문"이라면서 "이들은 대개 대차대조표에 막대한 현금을 쌓아두지 않기 때문에 이 많은 돈이 M&A에 투입되지 않으면 어디로 흘러갈지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톨라드는 M&A에 투입되지 않는다면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 대안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에이전시 파트너스의 닉 커닝햄 애널리스트는 "다음 단계에서는 M&A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커닝햄은 방산 호황의 기간을 감안할 때 이 현금들이 설비 확충에 들어가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M&A를 통한 설비 확장을 방산 업체들이 노릴 것으로 예상했다.
레오파르트 전차를 만드는 독일 라인메탈은 이달 초 미국 미시간주의 군 차량 부품 업체 록(Loc) 퍼포먼스를 9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라인메탈은 이번 M&A를 통해 600억달러가 넘는 미 육군의 전투차량과 전술 트럭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기대했다.
지난 해에는 캐나다의 전차 기어박스 업체 렝크가 서스펜션 부품 업체 제너럴 키네틱스를 인수했다. 또 체코의 체코슬로바키아그룹은 미 탄약 제조업체 비스타 아웃도어 입찰 경쟁에 참여했다. BAE 시스템스는 지난 여름 우주선 부품 업체 볼 에어로스페이스를 56억달러에 인수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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