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승자는 오킹·과즙세연 아닌 '이사배'였다 [정지은의 리뷰+]
대중들이 이사배에게 환호하는 이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말 그대로 영향력 자체였던 넷플릭스 예능 '더 인플루언서'가 마지막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막을 내렸다. 방시혁과의 비버리 힐즈 동행으로 인해 수없이 기사에 언급된 과즙세연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코인 사기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유튜버 오킹이 우승자로 밝혀진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진정한 승자는 이사배라고 치켜세웠다. 실제 승자와 진정한 승자가 갈린 이유, 대중들이 이사배를 향해 환호를 던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인플루언서'의 질문...좋은 콘텐츠란 무엇인가? = '더 인플루언서'는 77인의 인플루언서들을 한자리에 놓고 콘텐츠를 통해 경쟁하게 만드는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이다. 라이브 방송, 인스타 피드 게재, 해시태그 토론 등 다양한 미션을 통해 인플루언서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무대를 만들었다.
각 게임이 시사하는 바도 흥미롭다. 첫 경쟁에서 좋아요뿐만 아니라 싫어요를 함께 합산한 결과로 다음 라운드 진출자를 가리는 미션부터 인플루언서로서의 갖춰야 할 역량이 드러난다. 선플, 악플보다 무서운 무플이야말로 관심으로 동력을 얻는 인플루언서에게 가장 무서운 결과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인플루언서로 활동한 기간과 상관없이 시대의 흐름, 트렌드에 있어 도태되는 인스타그램 피드 미션도 마찬가지다. 긴 경력을 가진 대도서관의 탈락이 충격적인 이유기도 했다. 유튜브 대통령이나 다름없는 입지를 가진 그였으나 SNS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해 탈락하는 장면은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양날의 검' 영향력를 휘두르는 사람들 = 상위권에 든다고 다 좋은 콘텐츠를 가진 인플루언서라는 의미는 아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도 다수 등장한다. 미션 자체가 지닌 한계로 인해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는 이들이 초반부에 대거 탈락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섹슈얼하고 일관적인 콘텐츠만이 남아 흥미를 떨어지게 만드는 부분은 기획 면에서 아쉽기도 하다.
특히 논란을 일으킨 인플루언서가 자주 등장하고 그를 향해 연호하는 팬들의 얼굴이 포착되는 순간들을 굳이 방송을 통해 봐야 하는 것은 썩 즐겁지 않다. 후반부 미션에서 오킹이 '선한 영향력' 해시태그에 어울리는 사람은 자신이라 어필하는 장면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촬영 기간 이후 터진 논란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혹여나 피해자에 해당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방송 자체가 폭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문제다.
그렇다고 물론 '더 인플루언서'가 부정적이고 의미 없는 예능 프로그램은 아니다. 오히려 '더 인플루언서'가 방영되는 동안 과즙세연과 방시혁의 만남, 오킹 우승자 관련 논란 기사가 쏟아진 것을 보면 '더 인플루언서' 자체가 영향력일지도 모른다. 좋던 나쁘던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인플루언서의 자질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그리고 대중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 예능이기도 하다.
◇대중이 '우승자'보다 '이사배'를 사랑하는 이유 = '더 인플루언서' 출연을 통해 가장 큰 영향력을 얻은 사람이 있다면 이사배일 것이다. 이사배는 등장부터 '인플루언서의 인플루언서'임을 증명했다. 1세대 뷰티 유튜버 이사배의 영상을 보고 화장을 배워본 경험이 있거나 다양한 행사에서 그를 본 경험이 있는 인플루언서들은 이사배와 사진을 찍으려 몰려들었다.
현시대를 이끌어가는 유튜버 중 인망을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다. 지속적인 소통으로 팬들과의 끈끈한 유대를 이어가고 구독자 한 명 한 명을 기억하고 아끼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사배는 출연자들 중 유일하게 이 모든 전제를 다 충족하는 인플루언서였다.
사람들과 엮여야만 힘을 갖는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긍정이 아닌 부정적인 관심이 주가 되는 인플루언서들이 많은 현실이다. 하지만 자극적인 것에 목매는 상위권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팬덤인 꼼화 아가씨들, 꼼화 도련님들에게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제공한 그는 시청자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결과적으로 방송 이후 이사배의 구독자가 방송 전과 대비해 늘어난 결과를 보면 현재 대중이 원하는 바를 파악할 수 있다. 희망의 상징으로 거듭난 이사배가 앞으로 가고자 할 방향성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더 인플루언서'는 아직 대한민국의 콘텐츠 현실이 개선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준 프로그램 일지도 모른다.
정지은 기자 jea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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