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도 ‘건국절 찬성’? 팩트 체크해보니
논란 일자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는 ‘절반의 사실’로 판명
盧, ‘건국절’ 반대하며 “건국이란 것은 정부 수립 의미”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과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등 민주당 지도자도 1948년을 건국이라고 인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6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건국절 역사 논쟁'과 관련해 '1919년은 선언적 건국, 1948년이 실질적 건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임기 중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1948년 민주공화국 건국'을 언급한 고(故) 김대중(DJ)·노무현 전 대통령도 '뉴라이트'에 해당되느냐는 지적이다. 과연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일까.
'건국절 논란' 마다 언급되는 'DJ‧노무현'
'건국 시점'을 둔 정치권의 공방전은 주기적으로 반복돼 왔다. 쟁점은 건국 연도를 1919년으로 볼 것인지 1948년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건국 시점이 언제인지, 1919년 임시정부 수립과 1948년 정식 정부 수립 중 어느 쪽을 중시하는가에 따라 여야의 입장이 갈렸다. 진보 정당은 헌법 전문에 적시된 것처럼 임시정부를 대한민국의 오랜 뿌리로 보는 반면, 보수 정당은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칭하며 정부 수립일에 의미를 부여했다.
건국절 논란이 일 때마다 보수 정당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1948년 건국을 인정했다'는 주장을 폈다. 건국절을 인정하는 것과 친일은 별개라는 근거로서, 진보의 큰 뿌리인 김‧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조명했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장은 2018년 8월14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도 1948년 건국을 당연시해서 받아들였다"며 역대 정부들이 1948년 건국론을 수용해왔단 주장을 폈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이 예를 들어서 90%가 48년(건국)이라고 하면 10%든, 5%든 '나는 1948년이 아니라 1919년이 건국이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라며 "그분들을 다 틀렸다고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는 게 제가 말한 요지"라고 했다.
이 같은 주장은 최근 여권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강사빈 국민의힘 전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모두 1948년 건국을 언급했다"며 "제가 1948년 건국이라 생각한다고 뉴라이트라면 두 전 대통령 모두 뉴라이트인 것이다. 손가락질당해도 이 말은 하겠다. 오늘, 대한민국의 생일을 축하합니다"라고 적었다.
DJ '건국' 발언은 사실…盧 '건국절'에 반대
과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인정한 것일까. 관련 논란에 대해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는 2018년 '절반의 사실'이라고 판명한 바 있다. 요약하면 두 대통령이 '1948년 건국'을 공개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사실이나, 이 건국의 의미가 '나라를 세운 것'을 말하는지 '정부를 세운 것'을 말하는지 모호하다는 게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의 판단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8월11일 '제2의 건국은 21세기를 준비하는 운동' 보훈단체 회장단 초청 오찬사에서 건국에 대해 언급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오찬사에서 "우리는 지금 광복 53주년, 건국 5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처럼 우리가 경축의 날을 앞두고 있는 것은 오로지 애국선열, 국군용사, 민주인사들의 희생과 덕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건국 50주년'이란 표현으로 1948년을 건국의 해로 인정한 셈이다.
다만 김 전 대통령은 "1919년 임시정부를 세워 해방되는 날까지 26년 동안 법통과 간판을 유지해 온 것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우리나라가 임시정부로부터 법통을 이어왔다는 점을 분명히 강조한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나흘 뒤 광복절에 가진 '대한민국 50년 경축사'에서는 "오늘은 광복 53주년 기념일이자, 대한민국 정부수립 5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대한민국 건국 50년사는 우리에게 영광과 오욕이 함께 했던 파란의 시기였다. 국토분단과 동족상잔 그리고 수십년간의 군사독재로 인한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우리는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을 이 땅에 건설했다"고 했다. '건국 50주년'을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건국'을 '정부 수립'의 의미로도 해석한 셈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2003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58년 전 오늘,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일본 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되었다. 빼앗겼던 나라와 자유를 되찾았다. 그로부터 3년 후에는 민주공화국을 세웠다"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광복절 경축사에선 "62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일본제국주의의 압제에서 해방되었다. 그날 우리는 가슴 벅찬 기쁨으로 서로 얼싸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3년 뒤 이날, 나라를 건설했다"라고 했다. 1948년 '공화국을 건설했다' '나라를 건설했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자"는 주장이 제기되자 이를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광복절 당시 봉하마을을 찾은 관람객들을 맞은 자리에서 "건국이란 것은 정부 수립을 말하는 것인데 이미 그 이전부터 단군왕검이 건국을 해놓았고 그 뒤 수없이 계속 건국을 해 왔다"고 강조했다. 자신이 언급한 건국은 정부 수립의 의미로서, '건국절'을 주장하는 것은 우리 역사의 연속성을 부정하는 것이란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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