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업 매달리다 몰락했던 GE…'제조업 리턴'으로 화려한 부활
한때 시총 1위 오른 美 대표기업
글로벌 금융위기 때 구제금융
10년 뒤 결국 다우지수 퇴출
항공·발전·헬스케어로 분할
2018년 첫 외부 출신 CEO 취임
덩치 줄이고 핵심 제조업에 집중
6년 만에 기업가치 세 배 뛰어
"우리는 급여를 지급하지 못할 위험에 처해 있었다."
지난 3월 래리 컬프 제너럴일렉트릭(GE) 최고경영자(CEO)는 언론 인터뷰에서 2018년 취임 당시를 회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한때 미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이었던 GE는 사업 재편 실패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2000년대 초 300달러대이던 주가가 2018년 30달러대로 추락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인물이 GE 사상 최초의 외부 출신 CEO인 컬프다. 그는 비주력 부문 매각과 분사 등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GE의 부활을 이끌었다.
회사 주가(GE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200달러대를 넘보고 있고, 월가에서는 "GE가 (제조업 공룡의) 정체성을 회복했다"(블룸버그통신)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 분할로 경영 효율성 높여
지난 4월 GE는 GE에어로스페이스(항공우주), GE버노바(에너지) 등 두 개의 독립된 회사로 분리됐다. 지난해 1월 GE헬스케어(의료기기)가 먼저 떨어져 나간 데 이어 총 세 개의 독립회사로 재편됐다. 회사 운영을 단순화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활을 모색하려는 시도였다.
컬프 CEO는 당시 "분사를 통해 각 회사는 고객, 투자자, 직원을 위한 장기적인 성장과 가치를 창출할 수 있게 됐고 맞춤형 자본 배분과 전략적 유연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전직 임원과 투자자들은 GE가 다양한 사업을 거느리면서 과도한 관료주의에 휩싸여 비효율적이고 관리가 어렵다고 지적해왔다. 니컬러스 오웬 모닝스타 애널리스트는 "GE가 분사로 산만함과 재정 자원 낭비를 없앴다"고 평가했다.
금융에 매달린 GE의 몰락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1878년 설립한 전기조명회사를 모태로 탄생한 GE는 오랜 기간 '세계 모든 기업의 경영 교과서'로 불리며 성공 가도를 달렸다. 전구, 가전제품, 제트엔진, 터빈 등 제조업에서 출발한 GE는 이후 잭 웰치, 제프리 이멜트 등 쟁쟁한 CEO를 거치며 의료기기, 방송, 금융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해 미국 시총 1위 기업에 등극했다.
금융 부문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GE는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 GE캐피털은 보험, 항공기 리스(임대),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등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거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때 GE캐피털의 영업이익이 그룹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본업인 제조업 분야는 등한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GE는 연방 정부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다. 이듬해 GE는 기업 최고 신용등급인 'AAA'를 상실했다. 그 후 10년 동안 위기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2018년 GE는 30개 기업으로 구성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에서 퇴출당했다. 1907년 지수 창설 이후 원년 멤버 자리를 잃는 불명예였다.
"제조업의 뿌리로 돌아가겠다"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막대한 빚을 떠안은 GE는 공격적인 인수로 커진 덩치를 줄이기 시작했다. GE는 2013년 NBC유니버설 지분 49%를 모두 처분하고 방송 사업에서 손을 뗐다. 2015년에는 "제조업의 뿌리로 돌아가겠다"며 필수 금융 부문만 남기고 GE캐피털 대부분 사업을 매각했다. 2016년 가전 사업을 중국 하이얼에 매각하기도 했다.
2018년 컬프 CEO가 취임하면서 구조조정 속도는 더 빨라졌다. 컬프 CEO가 GE의 운전대를 잡았을 당시 회사는 1300억달러 이상의 부채와 220억달러의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는 GE의 바이오 사업을 매각하고 에너지정보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스 지분을 팔았다.
2020년에는 GE의 시작을 상징하는 전구 사업부마저 매각했다. 더 효율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 CEO 등 임원이 매주 공장을 방문해 근로자와 함께 일하는 새로운 관행도 도입했다. 2022년 팬데믹으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자신의 임금을 전년 대비 60% 이상 삭감하는 데 합의했다. 이렇게 컬프 CEO는 부채를 1000억달러 넘게 감축했다.
2017년에 45%, 2018년에 57% 하락한 GE 주가는 놀라운 반전을 맞았다. 작년 GE 주가는 2022년 대비 두 배 수준으로 올랐다. 종목명 GE를 이어받은 GE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올해 70% 넘게 상승했다. 올해 S&P500지수 상승률(18%)을 한참 웃돈다.
전체 GE그룹의 기업가치는 2743억달러로 2018년 컬프 CEO 취임 당시(652억달러)보다 세 배 넘게 증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외부 출신 CEO의 새로운 사고방식이 GE를 위기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GE 주가(GE에어로스페이스 기준)는 2000년 8월 사상 최고가였던 360.05달러에는 아직 못 미친다. 경영상 위험 요인도 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주요 고객인) 보잉 경영 상황에 따라 GE에어로스페이스 엔진 주문량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청정 에너지 위주의 GE버노바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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